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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은 Nov 15. 2024

재미로 뛴 부동산 발품

마음에 드는 집이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모두 본가에서 나와 자취 중이었다. 둘은 각자 살고 있는 집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이나 원룸에서 사는 불편함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남자와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여자는 어떤 집에서 살면 좋을지 생각한다. 주변에 결혼을 준비하거나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권은 어디가 교통이 편한지, 경기권은 어디가 살기 좋은지를 여러 가지 정보를 전해준다. 


둘은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 했다. 그리고 둘 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창작을 해서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기 원했다. 특히 일도 같이 해야 해서 그들에겐 집이란 곳은 매우 중요한 장소다.


정보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 남자와 여자는 앱을 통해 살기 좋은 동네의 집을 알아봤다. 남자의 회사와 가까운 곳, 지금 자취하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 조용히 한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조건으로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직접 가서 보는 건 어떨 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여름날, 여자는 퇴근을 하고 남자에게 발품을 뛰어보자고 제안했다. 재미 삼아서 말이다. 남자는 흔쾌히 동의했다. 여자는 인생 중 처음으로 부동산 발품을 가는 것이었기에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남자는 전에 경험이 있었기에 여자를 이끌고 듬직하게 가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구경한 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을 보러 갔다. 하지만 사진과 실물이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 생각보다 좁은 거실과 답답한 풍경에 여자는 금세 마음을 돌렸다. 친절한 부동산 사장님을 만난 덕분에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북한산 가운데 있는 동네. 공기가 참 좋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직장과 거리가 멀어 우선 마음속에 품은 뒤 다음에 다시 와보기로 했다.


- 생각보다 되게 재밌었어. 오빠랑 같이 살 걸 생각하니까 설레고 기대돼.

- 그랬어? 이제 앞으로도 열심히 찾아보자. 분명 우리랑 딱 맞는 집이 있을 거야.



처음 뛰어본 발품은 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둘은 이번에 지인에게 추천받은 동네를 가기로 했다. 그곳도 뒤에는 산이 있는 편안한 곳이었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 고른 집이 있는데, 지난번 마음에 든 집이 실물과 너무 달랐던 기억 때문에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집은 사진보다 실물이 좋았다. 심지어 어떤 신혼부부가 살고 있는데 푸근한 분위기가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뺏었다. 둘은 그 집을 본 이후로 다른 집을 가도 성에 차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최대한 모든 집을 꼼꼼히 보고 골라보기로 했다.


여섯 군데 정도를 돌아보고 카페에 앉은 남자와 여자는 처음 본 집이 계속 아른거렸다. 심지어 매물이 금방 빠지는 곳이라 마음이 급해진 감도 있었다. 둘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 가지 안을 세웠다. 좀 더 고민해 볼지, 아니면 가계약할지, 다른 곳을 더 알아볼지 말이다. 


결국 고민 끝에 그들은 가계약을 했다. 마치 서로에게 이끌리듯 집에게도 이끌려 첫 번째 집을 계약한 것이다. 부모님에게 아직 따로 말씀드리지도 못했지만 분명 좋게 생각해 주시리라 믿으며 그 둘은 왠지 모를 신뢰감을 가졌다. 괜히 기도도 하면서 마음도 다잡았다. 그렇게 그날 둘에게는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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