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야한 농담들 1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한 뒤, 저녁에 양갈비를 구워 처남과 파티를 하기 위해 광안리 처남 집에 들러 처남과 처남의 에어 프라이어까지 픽업해 온다던 아내. 열 시 전에 외출해 두 시가 넘어 돌아왔다.
장 봐 온 것을 받아 들고 정리한 뒤, 옷 갈아입으러 안방에 들어가는 아내를 따라 들어갔다.
“당신은 보고 싶을 때 꼭 늦게 오더라.”,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 했다.
“아, 그래?” 아내는 싱긋 웃으며 내 마른 뺨을 만졌다.
집에 들어서는 처남의 손에 하이네켄 5리터, 케그가 들려 있었다.
시원해져야 마실 수 있어서 일단 냉장고에 넣어 놓기로 했다. 그런데 김치 통이 걸림돌로 보였다.
맥주에 이성을 잃은 내가 급한 마음에, “여보, 일단 날도 추운데 김치를 빼서 베란다에 둡시다.”하고 말하자, “뭐래. 있어봐.”하고 말한 뒤, 냉장고 문의 수납 케이스를 몇 깨 뺀 뒤 넣었다. 역시 아내 말을 들어야.
이 날, 토요일 아침, 딸은 자기 방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고 아내도 이불속에서 뒤척였다. 우리는 따로 이불을 덮는다. 아내의 뒤척임에 나도 잠이 깨서 아내의 이불속으로 들어가 아내를 뒤에서 안았다. 아내를 안으면, 당연히 발기가 된다. 그런 내 페니스를 부드럽게 받아들인 뒤, 움직임을 만끽하던 아내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깨자마자 이렇게 움직여도 돼?”
“여보, 나 유산소 운동하는 남자야. 한 달에 9만 원짜리 비아그라야. 환갑까진 무리 없지 싶다.”,
수영 수강료의 가치다.2022/1225
점심을 먹은 후 우린 엔젤리너스에서 스무디를 마시고 있었다. 난 정력을 위해, 그는 다이어트를 위해. 난 블루베리, A는 요거트.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여대생이 미대생들이 들고 다니는 큰 파일케이스를 들고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걸어 들어왔다.
"베르바토프 말이 맞군."
A가 스무디를 빨아들인 후-빨아 들이면서도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했다.-중얼거렸다.
"베르바토프? 맨체스터의?"
난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이름이 엔젤리너스 테이블 위로 튀어나와서 반가웠다. 물론 백작이라 불리는 그가 등장하기엔 장소는 천박했지만.
"오늘 인터넷 기사 보니까 베르바토프가 이랬데. 나에게 있어서 축구란 미술과도 같다. 관중들에게 그림 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오~ 그다운데. 우아한 발레리노의 볼 터치, 힘 안 들이는 슛 동작, 검객들의 결투에서 마지막 한방을 찌른 후 우아하게 비켜나가는 듯한 그의 드리블과 돌파, 검객이 승리를 확신한 후 바람에 나부낀 망토를 다시 뒤로 보내는 것 같은 간결하면서도 힘 있고 세련된 골 세리머니. 그에게 있어서 축구란 미술이지. 암만. 아무렴."
"맞아. 젊었을 때는 호나우두의 현란함이나 루니의 파워가 좋았는데 나이 드니까 호나우두는 푸더덕거리면서 닭장을 날아다니는 철없는 수탉 같이 부잡스러워 보이고, 루니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줄 모르는 산만한 어린 핏불 테리어 같아."
"하하. 배 나와서 이젠 맘대로 못 움직이니까 질투하는 거 아냐?"
난 A의 배를 쿡 찌르며 비웃었다.
"아냐. 축구든 섹스든 힘으로 하는 건 한계가 있어. 남자들 중에도 힘만 앞세워서 자신의 사정만을 위해 무조건 피스톤 운동만 하면서 여자를 힘으로만 몰아붙이는 놈이 있고, 또 20대 때는 다들 그러는데 진정한 선수는 부드럽게 터치를 할 때와 힘껏 슛을 때릴 때, 슬며시 감겨야 할 때와 격하게 부딪혀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 같아."
"그렇지. 다이내믹 듀오가 얘기했듯이 인생에 돈이 전부가 아니듯 섹스에 힘이 전부가 아니지. 베르바토트의 진가를, 백작이라 불리는 우아한 남자의 진가를 여자들이 눈치챌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나는 A의 배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밖에 차들을 봐. 우리나라는 아직 큰 차면 다 좋은 줄 알아. 우리나라 남자들은 아직 멀었어. 베르바토프 같은 유러피안 스타일의 섹스를 누리기엔 우리나라 남자들은 아직 멀었어."
우아한 섹스나 축구를 위해서는 힘과 근육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난 A에게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며 그를 위로했다. 2010/0820
내 글을 모아놓은 파일 중 가장 오래됐고 가장 분량이 많은 파일의 이름은 <진지하게 야한 농담들>이라는 파일이다. 대략 400페이지가 넘는다. 이 파일 안에 싸이월드 시절부터 싸이월드와 블로그에 써 온 섹스와 몸, 사랑에 대한 내 생각과 지어낸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이런 글은 좀 민망하지 않나 싶어 그냥 놔뒀었다. 그러다 브런치를 검색해보니 이 정도 글은 순한 편이었다. 남에 눈치 보며 살기엔 이제 제법 나이도 든 것 같고.
그래서...그 파일의 글들을 다듬어 하나씩 꺼내려 한다. 그러나 옛날 글만 놓기엔 뭐해서 예전 글과 요즘 생각을 나란히 놓아보려 한다. 요즘의 나와 예전의 나는 어떻게 달려졌는지. 섹스, 사랑, 연애, 건강에 대해 삼십 대의 나와 오십 대의 나의 생각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스스로도 궁금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