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는 서툴다. 미숙한 사람은 꼴사납다. 사전에선 “꼴사납다.”를 “모양새나 하는 짓이 흉하다.”로 설명한다. 그저 단순히 어설퍼 보이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것도 아니다. 보기에 흉한 것이다.
NBA 영상 중엔 “최악의 슛 폼”을 가진 선수를 따로 모아 놓은 영상이 있다. 지금 막 생각나는 사람은 션 마리온과 론조 볼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다, 최상위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그것도 주전으로 했었고, 현재 하고 있다. 나 같은 한국 사람도 알 정도로 말이다. 이들이 이 꼴사나운 폼으로 NBA에서 먹고 산 건 슛 외에 다른 능력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 개떡 같은 폼으로 엄청난 슛 성공률을 자랑해서 아무도 그 폼을 고쳐주지 않았고, 심지어 NBA에서도 여전히 그 성공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폼이 좋다. 어린 시절부터 코치의 교정에 따라 완벽한 폼을 갖추고 있다. 스스로도 슬램덩크의 정대만이나 윤대협이 그대로 폼을 배껴 올 정도인 카메롯 앤소니나 레지 밀러,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그 유명한 마이클 조던의 폼을 교과서 삼아 어린 시절부터 반복하여 연습해서 좋은 폼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 좋은 폼으로 언제든 같은 궤적의 슛을 쏘아 일정한 수준의 슛 성공률을 확보한다.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좋은 폼을 얻기 전까진, 꼴사나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 특히 수영에선 더 그렇다. 앞서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물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고 그 세상에 어울리는 동작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육지에서의 습관을 버려야 하고.
초보의 고통과 슬픔
오늘 같은, 그러니까 달의 첫날에 수영장에 가면 새로 등록한 초보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앞서 말했듯 검은색 수영복과 무난한 수모와 수경을 장착하고 자신이 어디 레인에 있어야 할지 몰라 주춤주춤 하며 아무 레인에나 들어간다. 그러다 강사가 와서 몇 마디 물어본 뒤 있어야 할 레인, 가야 할 레인으로 보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고급 A반의 옆 레인이 기초반이다. 그러니까 내가 수영하는 레인의 바로 옆 레인이 기초반이라는 것. 그래서 이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이들은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수영을 한다.
자유형을 좀 할 만하면 배영으로 넘어간다. 롤링을 하며 우아하게 가는 배영이 아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팔을 돌리는 배영이다. 그렇게 또 배영을 좀 할라치면 평영과 접영으로 넘어간다. 아~ 평영과 접영. 이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감을 느낀다.
평영은 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빠진 사람이 살려달라는 느낌이다. 겨우 나와서 아주 오래 숨을 쉬고 들어가서 가는 둥 마는 둥 앞으로 갔다가 다시 얼른 나와서 오래 숨을 쉬고 들어간다. 반면 고급반은 물 위에서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거의 수면에 가깝게 나와 얼른 숨을 쉬고 재빨리 손을 찔러 넣으며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 가르는 힘과 허리의 반동만으로도 앞으로 간다. 이 모습을 엿보는 기초반 사람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떴다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접영은 도대체 이걸로 어떻게 앞으로 가라는 건지 감이 안 온다. 웨이브를 타라는데 아니, 사람이 어떻게 웨이브가 되며, 그 웨이브는 또 어떻게 타라는 건지 답답하다. 돌핀킥은 두 번 차라는데 언제 차야 될지도 모르겠고 물에 들어갔던 두 팔은 좀처럼 물 밖으로 꺼내지지 않는다. 펠프스처럼 잽싸게 꺼내어 그야말로 나비처럼, 물수제비하는 조약돌처럼 날아가고 싶지만 내 몸은 밀가루 반죽처럼 흐느적대며 무겁다. 이게 허우적대는 건지 수영을 하는 건지, 나하 곤 수영이 안 맞는 건지 슬슬 의심이 든다. 고급반 사람들이 접영으로 날아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
원래 초보는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초보는 꼴사납다. 무경험자는 서툴고 미숙하다. 신입이 모든 사무기기의 작동법을 다 알고 필요한 서류의 위치를 다 알며 거래처의 연락처와 위치를 다 알리 없다. 시장 조사의 방법을 다 알고 기획서를 기가 막히게 써낼 리 없다. 모든 직원의 얼굴을 가려낼 줄 알고 상하 관계의 예의를 완벽하게 차리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다 알고, 그럴 수 있다면, 그는 다른 회사에서 보낸 산업 스파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다른 글에도 썼지만 연애 경험이 많다고 해서 연애를 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경험이 많다는 건, 여러 사람에게 반품 됐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그러니 굳이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을 찾을 필요도, 그 경험을 자랑할 필요도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새 사랑이어야 하니까.
오히려 관계를 능숙하게,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이 모든 것에서 맞아떨어지고 말 안 해도 내 속을 기가 막히게 알 리 없다. 눈치 없어 보이는 것이 당연하고 허둥지둥 대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막 만난 사람인데 이 사람도 과거의 사람과 별 다를 게 없겠지 하고 과거의 페이스대로 사랑을 진행하는 건, 육지의 경험만 믿고 수영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낯선 타자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모텔이 처음이라는 애인이 리모컨 하나로 모텔의 모든 기구를 작동하는 걸 보게 되면 의심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험이 없다는 애인이 엉덩이를 살짝 때리자 자연스럽게 후배위 자세로 바꾼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난 네가 처음이라는 남자가 현란하게 체위를 바꿔가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면 그 정신을 잃기 전에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설령 경험이 있다고 해서, 다시 말하지만 이제 막 진도를 나가는 사람과 이런저런 자기만의 방법을 실현하는 건 문제가 있다. 수영 초보가 물을 알아가듯, 내 앞의 낯선 사람의 취향을 조금씩 알아가야 한다. 그러니 첫 만남부터 노련함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당신은 그 사람의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는 타자에게 늘 초보자다.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저마다 다른 초보의 시간
초보의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3개월이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6개월이라는 사람도 있다. 사람에 따라선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뭔가 어설픈 자세로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마다 조직마다 인턴 기간과 수습 기간을 정해놓지만 그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그 사람이 온전한 1인 분의 몫을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몫을 할 만한 사람으로 키울 만하다는 것이다. 그 뒤에 그 사람이 얼마 만에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사람을 뽑을 때 각종 서류와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다. 물론 그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주 더디게 성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다. 초보의 딱지를 떼기 위해선 꼴사나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 딱지의 마감일이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그 딱지를 뗐다고 해서 금세 노련한 베테랑이 됐다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섹스도, 수영도, 일도 아무리 오래 해도 완벽한 순간은 드물게 찾아온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고 자부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완벽을 향해 갈 뿐이다. 수영에선, 손 모양을 살짝 바꾸고 어깨의 각도를 좀 바꾸고 킥의 리듬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최적의 폼을 끝도 없이 찾고 있다. 언젠간 찾게 되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말이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이 한 여자랑 오래 살아서 그럭저럭 파악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한 달에 한번, 분기별로 한번 파트너를 바꾼다면 엄청 피곤할 것이다. 할 때마다 엄청나게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골반의 각도를 살짝 바꿔보고 이런저런 자세의 변화를 시도해봐야 할 것이다. 침대와 베개의-이 높이가 왜 중요한지 모른다면, 흠... 당신은 초보다.-적절한 높이를 찾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그러니, 초보의 시간에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마라. 그저 그 초보의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는 꼴사나운 모습을 참고 견뎌라. 좀 보기 흉해도, 뭐 어쩌겠는가, 물이 처음이고 회사가 처음이고 이 사람이 처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