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러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신경 쓰고 초조해 하지도 말고.”
“왜?”
“그러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자기 실력을 발휘 못 해. 숙제든, 받아쓰기든 좀 느긋한 마음으로 해.
편한 마음을 갖고, 한두 개 틀려도 된다, 내가 제일 잘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마음으로 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거야.”
“어느 쪽으로 돌아? 왼쪽, 오른쪽?”
“왼쪽 한번, 오른쪽 한번.”
“머리가 돌아가는 거야, 뇌가 돌아가는 거야?”
“뇌.”
이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재 개그로 마무리됐습니다.
시간과 아이디어에 쫓기는 건 카피라이터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들리지 모르지만, 그리고 현업에 있는 어떤 카피라이터는 반대할지 모르지만, 완벽한 글을 쓰려는 강박을 갖고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할 뿐 세상에 없는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여지를 주지 않으면 백지는 공백으로 남은 채 시간을 갉아 먹습니다. 카피라이터는 어쩌면 마무리 투수의 마인드가 아니라 선발 투수의 마인드로 살아야하는 직업인지도 모릅니다. 게임 전체를 내다보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힘을 뺄 때와 넣을 때, 삼진을 잡아야 할 때와 맞춰 잡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이죠. 그것이 어쩌면 카피라이터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인지도 모르고요.
물론 서른 넘어 시작했고, 마흔이 넘어 조금 알게 된 힘 빼기를 은채가 벌써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하나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속상해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직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기에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찾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이제 겨우, 1학년이 끝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