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인간관계속 무리에서 등급을 매긴다.
그리곤 상위 등급에 속하고 싶어 안달이다.
속하지 못하면 우울하고, 내가 못난 것 같아 견딜 수가 없다.
지금이 딱 그렇다.
러닝크루에서 1년 넘게 활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은 (1) 기록이 좋은 그룹과 (2) 오래 나왔지만 기록이 발전이 없는 그룹 그리고 (3) 시작하려는 그룹
3그룹으로 나뉜다.
나는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2번째 그룹이다.
무리하다가 몸도 다친 천천히 달리는 러너이다.
그걸 깨닫고, 톡방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무리에서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이가 46살인걸 감안하면, 이것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친하게 지내던 S라는 친구가 기록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더니 (1) 그룹의 사람이 되었다.
나와 편하게 수다런을 하던 친구라 서운함이 커져갔다.
내 하루의 우선순위를 생각하며 (아이들이 1순위)
서운한 감정을 애써 눌렀다. 사실 서운해하는 것도 웃긴 감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고민하던 풀마라톤이 코앞이다.
훈련을 해도 부족할 판에 아이 둘과 장기로 캠핑카 여행을 떠난다.
출국이 코앞이라, 출국 전에 30킬로는 뛰어야 하는 강박이 있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오랜만에 S라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사실 달리기 속도가 달라 그의 시간을 스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 안 함 때문에 연락을 망설였지만
일단 깨끗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함께 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운했지만, 괜찮았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이내 같이 뛸 U라는 친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R이라는 친구랑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내심 내일 같이 뛰고 싶어 했는데, U와 R은 모르는 사이.
3명이서 함께 뛰는 에너지도 아껴야 해서 10월 말에 같이 뛰자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조금 후에
“누나, 나 내일 S형이랑 뛰기로 했어. 25킬로! “라고 연락이 왔다.
하…
정말 기분이 너무 상했다 순간적으로 상했다.
나랑은 뛰기 어렵다는 친구가 다른 친구와는 뛰겠다니….
마음이 상했으나, 이내 무슨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자 상했던 마음이 괜찮아졌다.
그동안의 나는, 이런 문제가 닥쳤을 때
전화해서 따지거나(?) - 헉,.. 굳이? 따지기까지 하면서 살아왔었나? 과거의 지영? 부끄럽다.
인간관계에서 깔끔하게 차단을 했을 것이다.
새삼 과거의 나는 왜 이렇게 내 위주로 생각하고 결론짓고 끊어내길 바빴을까?
그래도 마흔이 넘으니 상황을 보는 눈이 유연해졌음을 느낀다…
참 다행이다.
오늘 나는 24킬로를 잘 뛰었다.
나와 완전 다른 성향의 U라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달리면서
같은 코끼리를 바라봐도 모든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에너지의 유한함. 에너지가 유한하니 감정소모가 필요한 일에 의연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못 뛰거나 말거나, 나랑은 안 뛴다고 했다가 다른 친구랑은 뛴다고 할 수도 있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늘 장거리주를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