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디에 점을 찍고 가고 있니?
안녕, 너도 나처럼,
내가 가야 하는 최종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열심히만 하다가 매번 지치기만 한 적 있니?
<왜 나는 매사 열심히 하는데, 성과는 없고 지치기만 할까?> 고민해 본 적 있어?
9월은 내 안에 깔려있던 감정들이 줄지어 밖으로 튀어나왔던 한 달이었어.
아이에 대한 사랑, 이면에 버거움, 분노, 포기, 받아들임, 자랑스러움, 고마움, 한계,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미움, 이내 그림자까지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걸 다 꺼내놓고 보니, 결국은 제자리
1년간 혼자 애쓰던 흔적들을 파헤쳐보니 제자리더라.
9월에도 열심히만 했지,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고, 스스로에 대한 좌절 끝에 찾아오는 분노, 그 분노를 아이들에게 푸는 못난 엄마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깊은 죄책감이라는 우물에 빠졌고, 새벽 아이와 달리기를 나가던 나의 욕심, 인간관계 안에서 느꼈던 질투와 서운함 그리고 다시 나를 붙잡고 회복하려는 수많은 마음들...
9월의 나는 좌절스러웠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지 않았고, 부끄러웠지만 그 안에서 또 나를 알아갔던 시간이었어. 나의 속도, 언어로 살아하려고 했지만, 그 끝점이 어딘지 모르겠는 느낌....
부정적인 말 좌절스러운 감정, 나를 깎아먹는 마음을 저 멀리 보내버리고 싶은데,
그것들이 진짜 끈질기게 나에게 달라붙어있는 거 있지? 화가 난다!! 진짜...
그럼에도 9월 내가 썼던 글들을 모조리 읽어보면서,
끝내는 그런 나를 사랑해주고 싶더라.
매번 느끼지만, 이런 나를 왜 나부터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1. 엄마로서의 나
2. 달리며 만난 나
3. 소용돌이치던 감정 속에서 지켜낸 나
4. 나라는 사람을 다시 들여다보기
5. 작은 변화들 속의 나
6. 과거로 미친 듯이 돌아가고 싶은 나
이 세상 엄마들 모두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설마.. 나만 못하는 건 아니겠지??
아침마다 아이들은 (1) 늦어도 엄마 탓 (2) 알림장이 없어진 것도 엄마 탓
매사 엄마 탓을 하는데, 그때마다 불구덩이를 집어삼킨 것 같은 분노가 치고 올라와…
분노를 잘 참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소리 지른 날… 뒤늦게 올라오는 깊은 죄책감이 나를 괴롭혀…
엄마 그거 왜 이리 어려운 건데?
좋은 어른이라는 사명감도 만들어주지만,
1보 전진할 때마다 2보 후퇴하는 기분… 엄마로서의 나는 손바닥 양면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해.
그래도, 서원이와 8주간 새벽러닝클래스를 함께 다니며
(놀라지 마, 무려 5시 20분 시작이었다고!!!!!!) 한 번의 결석 없이 마무리한 걸 보며,
“엄마가 보여주는 길을 아이는 따라 걷는구나…”하는 확신도 들었어.
그래서 좋은 어른의 뒷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서원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
갑자기 하루 전날, 하프마라톤을 나가게 되었거든
21킬로를 뛰고 그날 저녁 아이들과 키즈러닝 3킬로를 뛰었으니 총 24킬로!
그날 저녁 서원이가 나에게 그러더라.
“엄마 오늘 그럼 총 24킬로를 뛴 거야? 멋지다.”
사실 요즘 내 페이스는 느려.
3월에 풀마라톤을 뛴 이후에 체력도 떨어졌고, 그때 얻은 발목 부상이 고질병이 되어버렸어.
(지금도 부어있고 아프다…)
그래서 이젠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달리는 러너이고,
그런 나와 함께 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있어.
(빨리 달리는 사람과 페이스를 비교하며 마음이 괴로운 것에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야…)
이번 달은 특히 감정 소모가 많았어. 사람을 만나지 말아 볼까? ㅎㅎㅎㅎㅎ
남편과의 대화에서는 깊은 상처가 드러났고,
러닝크루 안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으로 타인에 대한 서운함과 질투 같은 마음도 올라왔지.
예전의 나였더라면, 그런 관계를 끊고 다신 그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았을 거야.
이번엔 한 템포 깊은 호흡을 들이마시고
‘그럴 수 있다…’ 하며 내 페이스를 유지했어.
나… 처음으로 어른의 유연함을 가져본 것 같더라니까.
(우리 지영이가 달라졌어요. ㅋㅋㅋㅋㅋ)
에너지가 유한하니까, 감정을 관리하는 법을 터득해 가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감정에 쓸 에너지도 아깝더라)
생각구독을 보니 이런 구절이 나와
어떤 전문가를 만나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면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나 진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근데 특별하게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은 건 아니야. 사람들과 만나서 내가 밥 사주고, 아이들과 편하게 여기저기 경험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돈. 근데 지금도 충분히 그러고 살고 있거든. 이게 나 스스로 버는 돈이 아니라, 남편의 돈으로 그런 삶을 영위하니까 자꾸 돈을 벌고 싶은 것인가…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싶은 건가? 연결이 되기도 하는데,
에너지가 유한하니까 무작정 달려들고 그것만 팔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우물쭈물 만 1년째 하는 거 같다.
나 살도 진짜 빼고 싶거든. 그런데 친구들과 과자 먹으면서 맥주를 진탕 마시는 삶도 또 내가 너무 원하는 삶이거든. 살을 빼고 싶은데 진짜 빼고 싶다면 이러고 살진 않을 것 같고 말이야…
막상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게 아닐까? 싶더라.
내가 나를 잘 알아야 방향도 정할 수 있고 그 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어. 오랜만에 공부한다는 기분이 아니라 편하게 읽는데, 졸음이 몰려와서 이게 소설책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달콤한 낮잠도 자고
맞아… 머릿속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기분이 더라니까
그리고 서원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투명하게 외치는 장면,
지온이가 만난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자잘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장면.
예전엔 그게 <버릇이 없다>로 생각했을 텐데 (진짜 한국 부모 밑에 자란 한국 사람의 정서 아니야?)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아이들에게 우호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문화 선진국만 가봐도 아이들이 울거나 아이가 마음껏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사회 분위기인데,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카페에서 뛰어놀다가 화분을 깨면,
주인이 나와서 화분을 그곳에 두어서 미안하다고 말한데… 아이를 혼내지 않는 거지. 분명 아이들에게 기본 매너는 엄마가 훈육해야 하지만 한국과 다른 분위기에 무엇인가 깨달은 느낌…)
아이들이 자기가 속한 사회에 당당하게 안전하게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고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걸 무례함과 구분 짓도록 기본 매너는 부모가 교육시켜야겠지? 이거 식당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
서원이도 지온이도 마음껏 질문하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어
세상의 시선에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잘 읽는 아이로.
그전에 나부터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기
위험하지 않은 한 아이의 행동을 예쁜 눈으로 바라보기.
9월에 사실 과거로 돌아가서 그냥 편하게 운동하고 낮술 한잔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집중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독서 줌도 벅차고, 내가 욕심이 많은 것인지 달리기를 병행하면서 다른 일정들이 많이 무리가 되더라고. 집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 또 다른 친구들이 받아들이는 만큼 크게 깨닫는 것도 인사이트도 없으니 이걸 계속 유지하는 게 맞나? 못난 생각이 들더라고. 진짜 못난 생각 구린 생각
시간도 참 무의미하게 쓴 것 같아.
하루를 보내고 정신 차리고 보면 오후 3시,
그전까지 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못하니까, 계속 무의미가 쌓이더라고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란 사람은 집에 있으면 안 되고 무조건 도서관으로 나가야 한다는 걸
사실 귀찮잖아,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서관까지 가기가
그래도 그 귀찮음을 가방 속에 쑤셔 넣고 가니까 해야 할 것들을 하나 둘 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10월에는 혼자 도서관에 가는 시간을 늘리려고 해.
작은 일상이 추진체이니까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다시 내 책가방을 싸는 것.
달리고 기록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이 모든 게
나를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게 해주는 힘이라는 걸.
9월 회고는 15일 여행 전 날, 쓰기 시작해서
여행 둘째 날 마무리해 본다.
나 사실 지금도 너무 헤롱헤롱한데, 오늘 아니면, 9월 회고를 계속 미루고 마무리를 못할 것 같아
완벽하지 않은 걸 알지만 발행버튼을 눌러 너에게 보내.
이번 월간정리, 읽기가 불편하다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모른 척 넘어가 줘.
헤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