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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r 07. 2024

Not Moon River but Han River

여의도 한강 공원

놀랍게도 이제까지 살면서 한강 근처를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며 본 한강이 내 기억하는 한강의 모습의 전부다. 그래서 그런지 막연히 한강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도로 위에서 본 한강의 야경은 내가 본 그 어떤 경치보다도 멋있었고 벅찼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다. 나중에 꼭 성공해서 한강뷰 오피스텔에 살며 좋은 차를 타고 여의도 한강에서 열리는 불꽃놀이에 가리라. 그게 내가 30대에 꼭 이루고 싶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말하지 않겠....

무튼간에 매번 가야지 가야지만 했는데 그렇게 몇 년이 뭐야.. 거의 10년을 미뤄왔던 한강을 이제야 갔다. 이번에도 계획해서 간 건 아니고, 우연히 홍대에 나갔다가 의외로 여의도 한강공원이 가깝길래 즉흥적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차가 없으면 못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여의도 한강공원은 그래도 바로 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사실 원래는 잠원 한강공원을 가서 둘러보고 강 위에 둥둥 떠 있는 스타벅스를 가보고 싶었는데 거기는 너무 멀기도 하고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버스로는 내려서 굉장히 많이 걷더라. 



이건 오늘의 주제와는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추천할 한강뷰 스타벅스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잠원에 있는 서울 웨이브 아트센터점이고 하나는 망원한강공원점이다. 둘 다 강 위에 떠 있다. 망원이 최근에 생긴 곳이기도 해서 망원을 추천한다. 물론 필자는 두 군데 모두 안 가봤다... 나중에 두 군데 모두 다녀와서 이곳에 그 후기를 꼭 쓰리라. 


좌)서울 웨이브아트센터점 / 우) 망원한강공원점





여의도 한강공원의 조형물들

한강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 이정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저 많은 화살표에는 세계 각국들이 쓰여 있다. 이 조형물을 여기 왜 만들었는지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의미를 모르겠는 조형물들이 꽤 많았다. 오른쪽 사진과 같은 것들 말이다. 하얀색으로 된 의자 조형물들도 있었다. 통일성은 없어 보였다. 그저 부지가 넓어 만든 것인가? 모르겠다. 아무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한강은 너무 휑하니 조형물을 만들어 둔 것이 아닐까. 작가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것을 보면 공공 설치 미술인 것 같기도 하고... 미알못인 나는 잘 모르겠다. 



63빌딩과 더현대 그리고 콘래드

굳이 여의도 한강 공원이어서 좋은 점은 63 빌딩과 더현대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멋진 건물들이다. 여의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물들, 아니 어찌 보면 서울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아닌가. 옛날 본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다. 63 빌딩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하얀 줄만 밟아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어릴 때는 나도 63 빌딩 가까이 가서 하얀 줄만 밟아 건너봐야지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낭만 따위 강아지나 줘 버렸다. 지금은 사실 여의도에 63 빌딩 보다 더현대가 더 유명해졌다. 라테는 여의도 하면 무조건 63 빌딩이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이란...여유만 된다면 더현대 옆에 있는 페어몬트에 방 잡고 쇼핑도 하고 호캉스도 하면 힐링하는 하루를 보내봐도 좋겠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양화대교 아니고 마포대교

몇 년 전인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한때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라는 노래가 유행했엇다. 그때는 어디를 가도 이 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로 유명했던 곡이다. 이번 글을 쓰느라 처음으로 양화대교 가사를 찾아봤는데 이토록 슬픈 내용이었다니. 사실 양화대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찾아보니 마포구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포대교하고도 가깝지 않을까. 모르겠다. 어쨌든 여기는 양화대교 아니고 마포대교. 이런 유명한 다리 아래 내가 서 있다니.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왜냐면 경관이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으니.. 다리 밑이 생각보다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사진만 찍고 자리를 얼른 떴다. 빨리 다리 아래에서 나오고 싶었다.


한강 산책길

한강 둘레길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은데 한강을 따라 이렇게 산책길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강가라 그런지 벌레들이 많았다. 날아다니는 건데 무슨 벌레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많아서 걷는 내내 얼굴에 계속 달라붙었다. 그래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바로 앞에 아파트들도 많은데 참 살기 좋은 동네인 것 같다. 순간 여기 살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아파트들은 굉장히 연식이 오래돼 보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집값이 엄청 비쌌다. 전에 일원동에 있는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들의 매물 가격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예상을 했는데 그래도 강남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연식에 이 가격이라면... 이번생은 강이 아닌 산을 보고 살아야겠다. 배산임산... 이라고나 할까. 


한강 사진

한강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고 많이 넣고 싶었으나 필자가 사진 찍는 기술이 없어도 너무도 없다. 핸드폰의 카메라 성능의 한계인지 아니면 정말 사진 실력이 없어서인지는 모르나 그나마 건질 사진들이 이 두 개다. 한강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물이 안 보인다. 

사실 직접 가서 본 한강은 기대 이하였다. 내가 너무 기대를 했나 보다. 아니면 너무 환한 대낮이라 한강의 낭만이 숨겨졌을 수도 있다. 피크닉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피크닉을 하는 한강공원이 이곳이 아닌 건지, 한두 팀 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한강라면 먹는 사람도 딱 두 명 봤다. 아마 한강라면의 명소는 여의도 한강공원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한강에서 라면 냄새 맡으니까 좋더라. 


한강라면보다 오히려 놀랐던 것은 혼자 사색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혼자 와서 벤치에 앉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젊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 사람들은 보면서 고민에 가득한 삶을 사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청춘들의 힘든 삶을 직접 관조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참 그랬다. 저 사람들은 한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혼자 저리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앉았다가 떠난 그 벤치에 나도 앉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멍했다. 차분해졌다. 일상의 고민들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정말 물멍만 때렸다. 감성적이 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앉아서 음악을 들어도 생각보다 음악에 빠지지도 못했다. 강을 따라 내 생각도 흘러가버린걸까. 혼자 이곳에 생각에 잠겨 있던 수많은 이들이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들든 부디 우리 모두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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