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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을 기원하다

by 수근수근 Feb 19. 2025

수근수근문화일기

일시 : 2025년 2월 13일(목)

장소 : 경기도 평택


내가 일하는 문화원은 지역 민속문화를 보존하는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며, 이는 다른 문화기관과의 차별점이다. 특히 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과 같은 시기에는 이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과 가족의 명절인 설날과 마을의 명절인 정월대보름 사이에는 각종 마을제가 펼쳐지는데,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 마을 공동체 전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이다.


마을제는 정제, 산신제, 당제, 풍어제 등 다양하게 진행하며, 현재는 마을제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곳이 존재한다.



율북리 당집과 신주율북리 당집과 신주

밤뒤마을 산신제는 음력 1월 10일경에 유교식으로 열리는 마을제이다. 이 마을제의 특징은 신주가 말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콘크리트로 만든 한옥 모양의 작은 당집에는 말 모양의 신주 두 마리가 모셔져 있었며, 이 말들 위에는 당할머니와 당할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처음에는 흙으로 만들어졌던 신주는 순동으로 재제작되었지만 도둑맞았다. 지금 다시 제작한 신주는 마을회관에 보관하며, 산신제 때만 꺼내어 제를 지낸다.


오룡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아침에는 정제를 지내고, 저녁에는 줄다리기와 달집태우기를 하며 마을제를 지낸다. 마을은 다섯개의 좋은 우물이 있어 '오룡' 이라는 이름이 붙혀졌으며, 그만큼 맑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우물은 마을의 자랑이자 상징적인 존재이다. 현재는 두 개의 우물에서만 제사를 지냅니다. 저녁에 열리는 줄다리기는 신랑 역할을 하는 사람이 수줄에, 신부 분장을 한 남성이 암줄에 타고 진행한다. 총 세 번의 줄다리기 중 암줄 쪽이 두 번 이겨야 마을에 풍년과 안녕이 깃든다고 한다. 줄다리기 이후에는 달집을 태우면서 정월대보름을 마무리한다.


오룡마을 정제오룡마을 정제




다양한 마을제는 각기 다른 시기와 방식으로 치러지지만, 그 마음만은 같다. 바로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의 고령화와 마을 공동체의 해체 등으로 마을제의 지속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변화하는 삶의 모습 속에서 민속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을제와 같은 민속문화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며, 사회, 경제, 문화 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속문화는 단순한 미신이나 습속이 아니라, 그 지역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다. 이러한 전통을 이해하고 보존하는 것은 우리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현장에서 마을제를 참여해 본다면 그 구성원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마을제를 유지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옛 가정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가정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사라져가는 마을제에 아쉬움이 따른다.


난 오늘도 마을제에서 안녕을 기원하지만 마을제는 안녕하지 못하다.


오룡마을 달집태우기오룡마을 달집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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