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문득 그리운 날
" 설거지는 엄마가 할께. 넌 어여 가서 쉬어~"
" 에고, 할 거 아무것도 없다. 가서 쉬고 있어, 엄마가 다 되면 부를께."
딸이 집에 오면 엄마는 늘 귀한 손님 맞이하듯 반기고, 대접을 합니다.
직장 생활에, 육아, 살림까지 하는 딸이 늘 엄마는 안쓰러운 듯 집에오면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게 합니다.
어쩌다 숟가락이라도 놓을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 일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어여 놔! 엄마한테 와서라도 쉬어야지. 이런 것 할 거 없다.
집에서 쉬는 엄마가 하면 된다. "
마흔중반이나 넘은 딸은 부모를 봉양해야 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엄마의 성화(?)에 슬그머니 그렇게 귀한 손님이 됩니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어 어엿한 중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결같이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과연 난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나의 자녀들에게 베풀 수 있을까?
쿠팡으로 장을 보고, 여의치 않으면 배달음식으로 아이들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요즘,
배달음식을 기다릴때면 부모님이 자꾸 떠오르곤 합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가게 일을 하시면서 모든 끼니를 손 수 지어 우리 네 남매를 키우셨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가게 일을 함께 하시던 부모님은 내가 이 나이껏 일어나 본 적 없는 새벽4시에 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가게 일도 쉽지 않았을테인데, 집에 와서는 " 한 끼라도 뜨슨 밥 먹어야지" 하며
꼭 새로 밥을 지어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부모님 손에 생선이며, 고기, 과일을 가득 들고 들어오시는 날에는 부모님은 피곤함보다 행복한
얼굴로 집에 오셨습니다.
" 엄마가 맛난거 사왔다. 배고프지? 좀만 기다려. 엄마가 금방 해줄께. "
아빠는 늘 엄마곁에서 채소 다듬기, 썰기, 쓰레기 치우기를 도와주셨습니다.
엄마를 돕는 아빠의 표정에서는 흐믓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제대로 못받고 자란 아빠는 자랄 때 늘 배가 고팠다고 합니다.
종교에 빠진 할머니는 늘 기도회에 가서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쌀독에는 늘 쌀이 없어
배가 고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늘 집에 먹을 것을 가득 사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남매를 배불리 먹이는 것이 아빠의 가장 큰 의무로 여겼습니다.
덕분에 우리 집은 늘 과일이며 먹거리가 가득했습니다.
손 수 준비한 음식을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부모님이 행복해하셨는지
이제는 압니다.
일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자식을 키우면서 화나고, 속이 썩는 날도 수없이 많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부모로 살아간 시간이 어느 덧 17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는 어떻게 한 평생 늘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까?
이제는 자식들에게 효도받고, 기대고 싶기도 하건만
80이 넘는 나이가 되서도 어떻게 온 정성을 다해 사랑을 베풀어주실까?
그 사랑의 깊이를 내가 알 수는 있는걸까??
나는 우리 부모님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집니다.
" 우리 딸, 조심해서 가. 또와! "
귀한 손님이 떠날 때면 부모님은 늘 주차장으로 함께 나와 마흔 넘는 딸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십니다.
언제가부터 백미러로 부모님의 손흔드는 모습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언제가는 백미러로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여전히 철없고, 여전히 부모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한 없이 이기적이지만, 언제까지나 부모님 품 안에 머물고 싶습니다.
그 사랑의 깊이를 내가 헤아릴 수 있을 때까지
오래오래 함께 해주시길 빌어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