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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Nov 02. 2024

엄마의 귀한 손님

부모님이 문득 그리운 날

" 설거지는 엄마가 할께. 넌 어여 가서 쉬어~"

" 에고, 할 거 아무것도 없다. 가서 쉬고 있어, 엄마가 다 되면 부를께."


딸이 집에 오면 엄마는 늘 귀한 손님 맞이하듯 반기고, 대접을 합니다.

직장 생활에, 육아, 살림까지 하는 딸이 늘 엄마는 안쓰러운 듯 집에오면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게 합니다.

어쩌다 숟가락이라도 놓을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 일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어여 놔! 엄마한테 와서라도 쉬어야지. 이런 것 할 거 없다.

   집에서 쉬는 엄마가 하면 된다. "


마흔중반이나 넘은 딸은 부모를 봉양해야 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엄마의 성화(?)에 슬그머니 그렇게 귀한 손님이 됩니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어 어엿한 중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결같이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과연 난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나의 자녀들에게 베풀 수 있을까?


쿠팡으로 장을 보고, 여의치 않으면 배달음식으로 아이들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요즘,

배달음식을 기다릴때면 부모님이 자꾸 떠오르곤 합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가게 일을 하시면서 모든 끼니를 지어 우리 남매를 키우셨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가게 일을 함께 하시던 부모님은 내가 이 나이껏 일어나 본 적 없는 새벽4시에 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가게 일도 쉽지 않았을테인데, 집에 와서는 " 한 끼라도 뜨슨 밥 먹어야지" 하며

꼭 새로 밥을 지어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부모님 손에 생선이며, 고기, 과일을 가득 들고 들어오시는 날에는 부모님은 피곤함보다 행복한 

얼굴로 집에 오셨습니다.

" 엄마가 맛난거 사왔다. 배고프지? 좀만 기다려. 엄마가 금방 해줄께. "  

아빠는 늘 엄마곁에서 채소 다듬기, 썰기, 쓰레기 치우기를 도와주셨습니다.

엄마를 돕는 아빠의 표정에서는 흐믓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제대로 못받고 자란 아빠는 자랄 때 늘 배가 고팠다고 합니다.

종교에 빠진 할머니는 늘 기도회에 가서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쌀독에는 늘 쌀이 없어

배가 고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늘 집에 먹을 것을 가득 사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남매를 배불리 먹이는 것이 아빠의 가장 큰 의무로 여겼습니다.

덕분에 우리 집은 늘 과일이며 먹거리가 가득했습니다.


손 수 준비한 음식을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부모님이 행복해하셨는지

이제는 압니다.

일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자식을 키우면서  화나고, 속이 썩는 날도 수없이 많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부모로 살아간 시간이 어느 덧 17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는 어떻게 한 평생 늘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까?

이제는 자식들에게 효도받고,  기대고 싶기도 하건만

80이 넘는 나이가 되서도 어떻게 온 정성을 다해 사랑을 베풀어주실까?

그 사랑의 깊이를 내가 알 수는 있는걸까??

나는 우리 부모님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집니다.


" 우리 딸, 조심해서 가.  또와! "

귀한 손님이 떠날 때면 부모님은 늘 주차장으로 함께 나와  마흔 넘는 딸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십니다.  

언제가부터 백미러로 부모님의 손흔드는 모습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언제가는 백미러로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여전히 철없고,  여전히 부모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한 없이 이기적이지만,  언제까지나 부모님 품 안에 머물고 싶습니다.


그 사랑의 깊이를 내가 헤아릴 수 있을 때까지

오래오래 함께 해주시길 빌어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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