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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Dec 22. 2024

동짓날 엄마는 팥죽 쑤고 계실까요

춥네요

춥다는 말이 실감 나네요

집 안에 있어도 찬바람 쌩쌩

화초가 오므라들어 똬리를 틀어요

햇살 좋은 창가도 마다하네요

물을 주면 금방 얼 듯해요


어제 팥죽을 샀어요

팥죽으로 유명한 집에서요

어제 한 그릇 먹고

다음날 동짓날에 먹으려 남겨 둔 한 그릇을

어제 늦은 밤 다시 꺼내 먹어버렸어요


사실 오늘 동짓날 절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집 밖을 나서기 힘드네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더니

집 밖을 나서는 것도 두려워지네요

뒷골이 땡기고

걷기는 더 싫어지고


우리 엄마 살아계셨더라면

집 밖을 다니시기 좋아하는데

오늘같이 추운 날 어찌 보냈을까요

모르죠

팥죽 쑤신다고 땀 뻘뻘 흘리시며

밥주걱으로 세상을 휘저으셨을지도요

팥죽 한 보따리 싸들고

새벽부터 걸음 하셨을지도요

현관문 밖에 놔두고선 버스 타시면서

"들고 가 묵어라" 하셨을지도요


혹여나ㆍㆍㆍ

가만히 현관문 밖을 내다봅니다

찬바람만 머물다 가네요

새알심 동동 뜨는

걸쭉한 팥죽이 그리운

아니

엄마가 또 그리운 동짓날입니다


ㅡㅡ어린왕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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