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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삶은 아닐지라도

한여름을 불태우다 간 너도 아름답다

by 어린왕자


매미 한 마리가 온몸으로 한여름을 불태우다 온몸을 사르고 있다. 파르르 떨다가도 멈칫거리는 마지막 몸짓이 애달프다. 땅바닥에 뒹굴다 이내 소리조차 없다. 행여 낯 모를 이에게 밟힐까 마음이 아프다. 어느 풀숲에서 떨어져 나왔는지 어느 나뭇가지에서 떨어졌는지 제조차 모를 일이다.


마지막 모습을 지켜주고 싶은 건 생명에 대한 경외일까. 특이한 색깔로 눈에라도 띈다면 어땠을까. 마지막 붙어 있는 숨이 살아났을까. 똑같은 울음소리로 똑같은 몸짓으로 몸부림치며 마지막을 불사른다.


녹음이 짙은 백일홍 나무는 빨간 입술을 달고서 흔들리며 섰다. 나는 아니라오, 내가 매미를 밀쳐낸 것은 아니라오.


자기 생명을 다했는데도 누구 하나 거두어 주는 이가 없다. 메마른 땅에서 마지막 발버둥을 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눈길을 외면한다. 어찌해야 할까. 뒤집힌 몸짓을 바로 앉혀 놓을까. 아니면 나무 그늘 밑으로 옮겨다 놓을까. 저러다 그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내리는 빗물에 휩쓸려 땅으로 들어가 버리게 될까.


한 세상을 살겠다고 허물을 벗고 나와 채 몇 달을 누리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그는 불멸이 아닌 삶을 살지라도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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