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들의 신위를 모시는 최고의 사당

종묘

by 어린왕자
기단 아래서 본 종묘 정전


하루 온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서울행은 많은 것을 볼 수 없어 꼭 봐야만 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넣어야 한다. 연극 <신곡>을 우선순위로 두고 미리 무엇을 할 것인가, 식당은 어디로 갈 것인가 등 일련의 일들을 미리 계획해야 했다. 그러나 연극을 관람하기 전에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으나 책방 한 군데를 가자는 의견 외에는 접수된 것이 없었다.

이것저것 쉽지 않은 서울 나들이다.

날것으로 말하면 지방 촌x들의 서울행이, 그것도 5명이 떼를 지어 간다는 것에 어느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지만 막상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그렇다면 걸으면서 정하자, 아니면 서울역에 내려서 함께 의논하든지 하자 했다.

KTX를 타고 가면서 류샘은 열심히 검색을 하신다. 아무도 뭔가를 찾고 있지 않으니 제일 젊은 자기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신념이 섰다고 한다. 웃고 넘길 일은 아니다. 다만 흔들림이 있은 기차 안에서 핸드폰을 보는 일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일보다 머리가 어지러워 더 힘들다. 동행을 하다 보니 누군가 하나는 총대를 매야 한다. 오늘은 자연스레 내가 한 발 빠졌다.



서울역에 내리니 허기가 진다. 점심을 먹자니 시간이 이르고 안 먹자니 허전해서 바로 옆에 있는 어묵탕을 먹기로 했다. 배도 고프고 가을바람도 선선해서 따뜻한 국물이 당긴다는 김샘이 고른 메뉴다. 어머나 그런데 어묵 한 꼬챙이에 3500원이나 한다. 속으로 바가지요금이다 싶지만 좋은 날에 좋은 기분으로 맛있게 먹자 싶었다. 요기도 했으니 내가 가보고 싶었던 종묘로 향한다.


종묘는 전체적으로 볼 때 기단을 먼저 봐야 한다. 그리고 기단을 담은 사진을 찍어야 단조로우면서도 웅장한 종묘 정전의 기품이 더 뚜렷하게 돋보인다.

종묘 정전은 정절을 품은 듯 정숙하고 엄숙하며 고요한 절제된 품위가 있다. 왜 기단부터 정전을 아울러 봐야 하는지 그 멋스러움을 알 것 같다. 기단이 높으니 정전의 자태가 한층 더 우아하다.

기단 위에서 찍은 정전


일전에 유흥준 교수님의 강연에서 종묘를 볼 땐 기단을 먼저 보라 하셨던 말이 떠올라 기단 아래 서서 종묘를 바라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분명 옳았다. 나는 종묘뿐만 아니라 건축에 관한 건 별 아는 게 없어서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답사할 땐 필히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이번 종묘 관람도 그랬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행운을 누렸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종묘 영년전



종묘 정전에 봉안되지 못한 신위는 영녕전에 모셔졌다 한다.

영년전은 종묘 정전 바로 옆에 있다. 음악제 준비로 리허설 중이다.

종묘 정전과는 다르게 영년전은 중간 볼록 솟은 건물부터 우선적으로 모시고 좌우로 순차적으로 신위를 모시고 있다.


종묘 영년전은 3단으로 된 정전의 기단과는 다르게 1.5단으로 이루어져 시선을 끌게 하는 압도감이나 무게감은 덜하다. 또한 기단이 낮아서인지 영년전까지의 거리도 짧아 보여 압도감은 덜하게 느껴진다. 영년전의 구조도 정전과는 다르게 중앙이 솟아 있다. 일자로 된 정전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면 영년전은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이 안정적인 다가오는 느낌이다.

가을날의 하루는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며 선선해서 걷기 좋았다. 함께 한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나름의 여유를 부리며 함께인 듯 따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종묘 정전에 있는


이것의 의미는 모른다. 종묘 정전 뜰아래 군데군데 박혀 있다. 행사할 때 천막을 고정하기 위한 것이란 우리끼리의 의견이 많았는데 물어볼 데가 없어 아쉽기도 했다. 집단지성이 때론 허무한 답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종묘의 푸름과 한 점 점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붉은 곤룡포가 오늘 하루의 기분을 표현해 냈다. 앞모습을 찍기 부담스러워 뒷모습을 찍어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더니 굳이 앞모습을 찍어도 된다며 일부러 앞을 보고 서 계셨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 내가 부담스러워 그냥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신로와 함께 찍겠다고 카메라를 든 쪽에서 극구 사양했다. 아무튼 감사하다.


열심히 가야 할 길을 안내하신 류샘의 지휘하에 익선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종묘에서 걸어가도 된다고, 앱을 켜더니 방향을 살펴보라 하는데 제각각이다. 방향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둘이 모여 류샘의 진행을 방해하고 만다. 또 한바탕 무지를 숨기느라 애써 태연한 척 한 발 늦게 뒤따르고 있다. 류샘도 그러려니 모른 척해 준다.

종묘 외곽 담장길


점심을 먹으러 밥집을 찾아 이 길을 한참이나 걷고 또 걸었다. 결국 찾지 못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세종문화회관 근처로 간다. 글쎄 집단지성의 발로가 여기가 익선동 어느 골목인 줄 알았다는 것에 허무함이 들었다. 내가 알던 익선동은 여기가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왔던 길을 돌고 돌고 돌았던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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