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아

by 어린왕자



이제 서서히 노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아니 늦은 시기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해야만 한다.


사실 몇 해 전부터 앞으로의 사업 방향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 앞으로의 살아야 할 나이에 대비해 매월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 마련을 하려면 지금 일을 그만두어선 안 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더 벌어야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빼고 더하고 아무리 쥐어짜도 고스란히 지출되는 금액은 정해져 있고 수입은 들쭉날쭉 어쩌면 없을 수도 있는데 무엇으로 고정된 지출을 메꿔야 할까를 생각하니 수입에 대한 금액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의지대로 또한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 갈수록 회원이 줄어들면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 또한 내 의지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전에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 모임이 있었다.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모임이고 현업을 하고 있는 이는 예전부터 나 혼자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늘 바쁘고 돈 잘 벌고 인생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사는 여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 또한 한편으로는 폼생폼사라 그들 앞에선 잘 나가는 한 종류의 사람이라 여긴다. 보기 좋은 떡은 과연 먹기도 좋고 맛도 좋을까?


아니라 할 수도 있으나 나는 아직 현역이고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보기 좋은 떡이고 맛도 좋은 떡이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아직 돈을 벌고 있다. 그녀들이 언제까지 돈을 벌 거냐 물으면 아직 십 년은 더 할 수 있다고 늘 말한다. 그러다 최근 모임에서 올해까지만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내년에는 놀 수도 있다 심각하게 털어놓았더니 옆의 동생이 심각하게 그만두지 마라 당부한다. 언니는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


지금에서야 그만 두면 뭐 하고 놀까 걱정이 들고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사흘 이상은 놀지 못할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남들이 보기에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고, 회원이 없다고 말해도 남들 눈에는 회원이 많은 것처럼 보이니까 언니, 절대로 그만두지 말아요, 한다. 그럴까?


동생의 진심 어린 말이 아니더라도 사실 지금 손을 놓고 싶진 않다. 혹여라도 옆 친구들한테 말이라도 하고 다니면 상심했던 응어리가 조금 풀릴까 하는 헛헛한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 그만둬도 덜 억울하다는 스스로의 위안 같은 것 말이다.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수입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사고 싶은 게 참으로 많다. 마음이 허하니 소비 욕구가 대신 차오르는 것이다.


사고 싶은 옷을 사다 문득, 이 돈도 내가 수업을 하지 않으면 무슨 돈으로 사지? 가고 싶은 곳은 또 어떻게 가고? 커피 한 잔이라도 먹자고 친구를 불러내면 커피값은?


모든 게 돈으로 연결된다.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안 되겠다. 그만두는 시기를 더 늦춰야겠다. 적은 수입으로도 견뎌야겠다. 가늘고 길게 가야겠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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