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스부키스탄'
전 세계의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몇 다리만 건너면 우리는 우리 삶과 전혀 관련 없는 이국의 누군가와 만날 수 있다. 물론,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그 숫자들이었다. 10억 명이 쓰든, 100억 명이 쓰든 결국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기 위해 쓸 뿐이었으니까. 외국인, 친구의 친구, 혹은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는 0과 1로 만들어진 수치상의 데이터에 불과했다. 그 숫자들의 무게를 비로소 체감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 영화 때문이었다.
마크 주커버그는 '10억'이라는 숫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통과 연결', 연결은 잠재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긍정적인 가치의 틈새에 숨어있던, 페이스북이라는 시스템의 맹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10억을 다루는 기업에서 과연, 운영이나 시스템이 그만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인지 되묻는다.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다. '페이스북에 올라가는 글은 어떤 절차를 통해 검열되고, 게시되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 쉬운 질문에 페이스북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히피에 대한 연구를 엮은 책을 출판했던 작가 피터 위비그는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진이 무단으로 게시된 사진이 삭제되는 경험을 한다. 페이스북은 피터의 게시물이 그들의 규정에 어긋났다고 하면서, 관련된 글과 사진을 지우라는 통보를 받는다. 무단으로 게시물이 삭제당한 그는 일단 항의할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항의를 할만한 부서를 찾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해명도, 납득도 하지 못한 채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간처럼 스스로를 포장하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검열 시스템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페이스북은 공개하지 않았고, 사용자들은 거기에 맞춰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북은 실명을 인증하고, 사용하게끔 되어있다. 본인의 실제 이름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보니, 성 소수자나 사회 운동가처럼 실명이 알려지면 곤란한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페이스북은 가명을 사용했던 드래그 퀸들의 실명을 공개했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페이스북 회사를 찾아간 제작진은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한 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약속 없이는 만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약속을 할 수 있는 수단 자체도 작동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일처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용자 수만 놓고 보더라도, 페이스북을 견제할만한 SNS는 없어 보인다. 좋든 싫든, 사람들은 보다 쉽게 친구들의 근황을 알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하게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지만, 결국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가 있는 이 플랫폼을 포기한다는 일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한번 계정 폐쇄에 대한 권고 조치를 듣고 나면 사람들은 알아서 자체 검열을 하게 된다. 그 플랫폼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수록 그렇게 된다. 수많은 사람을 연결한 플랫폼으로써, 페이스북은 어떠한 윤리와 원칙을 들고서 사용자를 대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왜 자발적으로 내 정보들을 기입할 정도로 이 플랫폼을 신뢰할까. 나는 그 이유가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보려는 행동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게 돈을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친구의 근황을 듣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니까. 페이스북이 모은 정보들은, 내가 직접 내 정보를 기입하지 않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나'를 유추해 낼 수 있다. 이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 정보들이다. 이를 활용하는 일은 사용자의 권한을 넘어선다. '개인 정보'라는 끈으로 단단히 연결되어있는 상황 속에서, '나'라는 개인은 아무런 힘이 없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자유롭지 않다. 정보의 공포는 부당함에 저항하는 분노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란 무력감이 먼저 생겼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의 공간이라 판단했던 일은 허상일 뿐이었다. 성적 취향, 정치 성향, 종교적 신념 등 존중받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페이스북이 선택한 검열의 방식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었다. 10억이 넘는 사람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그저 사람들의 신고 시스템만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입맛대로 전시되는 정보와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깨지 못한 틀을 부여잡고 '자유롭다' 생각하며 다시 소셜미디어로 돌아가기에는 늦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무슨 고민일까. 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이 충격과 공포는, 내게 느낌표로 끝나지 않고 물음표로 남았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페이스부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