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무슨 꿈을 꾸는가

영화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by wanderer

'영원한 기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잊히고, 바래질 기억을 대신해서 종이에 쓰고, 종이 조차 신뢰하지 못해 메모리 카드에 저장해두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에 있어서 만큼은 나도 어느 정도는 그런 편이다. 쓰면 재밌겠다 싶은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그 아이디어들이 곧장 어떤 형태로 활용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저 저장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을 할 때도 있다. 어떤 형태로 보면 자기 위안이다. 창작자로서, 나는 이만큼 '창의적이다'라는 형태의 씁쓸한 자기기만이다. 하지만, 정작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쌓아둔 정보들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 생각들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 연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에 창의적인 한 줄로 이어질 수도, 아니면 기가 막힌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모르는 일'이니까, 모든 일을 저장해두려는 습성이 생긴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땅 속에 묻어두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아주 가끔은, 그렇게 잊어버린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난다. 다람쥐는 그렇게 도토리를 묻어두며 나와 같이 만족했겠지. 그것을 먹을 스스로를 상상하면서.

'혁신'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사람들을 가슴 뛰게 만든다. 이 단어를 굳이 공들여 정치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성은 없다. 혁신에 가슴 뛰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삶을 변화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긴장과 두려움은, 희열과 공포라는 두 가지 감정에서 동일하게 발생한다. 상상의 영역에 속해있던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무언가로 풀어내는 즐거움은 근본적으로는, '두려움'의 감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경고로 시작한다. 다만, '주의! 이것을 따라 하지 마시오.'가 아닌, '주의! 이것은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라는 형태의 시작이었다.


'구글링'이라는 대명사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구글은,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모아서 그것을 전자화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 지식의 보고, 책은 지난 세기 인류의 문명을 보존하는 것에 도움을 줬다. 기술적인 뒷받침이 가능해진 오늘날에, 구글은 모든 책을 전자화하려는 대담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니, 이미 몇 걸음 내디뎠을지도 모른다. 그 걸음걸음 중에, 우리는 구글이 이런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만들어질 때에도 이 이야기를 동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에게 했었다. 구글은 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처럼 당대의 모든 지식을 모으려 하는 꿈은 그저 구글 CEO의 '비영리 사회 활동'의 일환으로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행동일까? 그동안 구글의 기업 이미지로만 본다면, 충분히 그렇게 '납득'하고도 남겠지만은 영상에서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껄끄러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구글은 '구글 북스'라는 이름으로 도서를 스캔하고 있다. 스캔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느냐고? 그들이 책을 스캔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느냐고? 저작권 문제? 별로 어려운 질문도 아니다. 과연, 그들이 전자화한 도서의 정보를 이용해서 영리 활동을 하는 일이 공정할까? 비단, 구글만의 문제는 아니다. MS, 바이두, 아마존 등의 회사가 이 일에 뛰어들었다. 단기간에 크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슈가 아니었고,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채로 조용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뉴스에 대서특필된 적도 없다. 아, 비교적 최근에 구글 북스가 뉴스 기사로 소개되었던 적은 있다. 간단한 기사다. 구글 북스는 올해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시장 피해'에 대한 이의 제기는, 오히려 구글 북스가 도서 구매를 촉진시켰다는 형태로 흘러가면서 작가들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이상한 결론이었다. 이 문제는 무단으로 누군가의 창작물을 가져다가 스캔을 뜨는 행위가 '거대 기업'의 위치에서 정당화되었다는 데에 있다. 책 한 권 한 권은 쉽게 출판되지 않는다. 작가의 피땀 어린 노력이 빛을 발하는 일이 '책 출간'이라는 일이다. 미국의 작가 조합과 출판 협회는 구글과의 협약을 통해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합의가 가능했다는 부분도 의아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이익만 생각했으면 되었으니 오히려 현실적인 결론이라는 생각도 일견 들었다. 단지 망상에서 출발한 '음모론'일지 모르지만, 결국 이 일의 결론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구글은 정보를 '제공'하는 검색 엔진이 아닌, 정보를 '대여'하는 기업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어떤 윤리의식을 가지고, 이를 처리하는지 알지 못한다. 개인적인 정보 수집과 활용부터, 정보 소유에 대한 사상,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구글'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면'이 훨씬 크다.

인류는 언제나 낙관적인 미래를 생각해보고자 노력해왔다.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을 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인간이라는 종의 창의성이 '글'이라는 매체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책'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셀 수 없는 인류가 글을 매개로 '책'이란 걸 만들어왔다. 수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편집과 재구성을 통해 책이 만들어져 왔다. 물론, 앞으로도 인간은 글을 쓰고 책을 만들 것이다. 달라지는 점이라면, 그것이 이젠 인터넷 상에 디지털화되어 다른 형태로도 기록된다는 것이다. 인류 지식의 대부분은 그곳에 기록될 것이고, 이를 통제하고 다루는 이들은 '힘'을 얻게 된다. 예측 가능한 상대를 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다. 정보 독점이 가져다 줄 권력의 힘을 상상할 수나 있을까.


두려움에 입을 닫아버린 것인지, 기대감에 입을 닫은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 이미, 입을 여는 사람들이 통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변화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그 속도를 주체할 수 없기에, '모르면서도' 이를 아는 척하며 기술에 확신하고 생활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결국에 이 글 조차 이 공간에 적히고야 만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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