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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Feb 05. 2022

자랑


“애가 영어를 우리 학년에서 제일 잘해요”

/ 중학교 2학년때 학교 친구들과 캐나다를 갔을 때, 그 곳에 계신 한국인 선생님께서 누가 영어를 제일 잘하는지 물어보자 내 친구가 나를 가리키면서 했던 말이다.

“진짜 너처럼 재밌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 이 말은 자주 들었지만, 최근에 친구가 밥 먹으면서 해줬던 기억이 있다.

나를 인정해주는 말들에 대한 기억은 달콤하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그런 말들을 들으면 위로가 되지만, 평상시에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더 듣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노력의 끝은 결국 허무하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내가 버려야 하는 가장 큰 욕심이다.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고 부족한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면, 고된 과정 끝에 맺혀지는 열매를 알게 모르게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남에게 칭찬을 듣는 것, 내가 마음을 쓴 만큼 나한테도 마음 쓰기를 기대하는 것 등 그 욕구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우쭐하게 하기도 했고, 반면에 힘 빠지게 하기도 했다.

최근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 안의 욕구를 발견했고 처음에는 스스로가 찌질해 보이기도 하면서 귀엽기도 했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 욕구는 내 머리속에 만연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겸손하며 나보다 남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자’라는 다짐을 하며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한심하기 보다 오히려 쓴뿌리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희열감이 들어 감사했다. 그리고 나는 내게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남이 인정해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니?’

당연히 좋다. 기분이 나쁠 이유는 또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서 3초 정도 정적이 흐르고 나니 대답은 아니다로 바뀌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지도 않다. 나는 오히려 부담을 느꼈다. 상대방이 그런 말을 함으로써 가지게 될 보이지 않는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전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뜬금없이 ‘성일이 감 많이 잃었네’ 라는 말을 종종 들은 적 있다. 사람들에게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기억되다 보니 내가 하는 멘트가 전처럼 재밌게 느껴지지 않아서 한 말이었다. 

언제는 누가 나한테 영어 단어 뜻을 물어봤는데, 내가 선뜻 답을 못하자 ‘아 나 그럼 xx한테 물어보러 갈게’ 라고 말했던 그 순간 내 안의 소녀가 울부짖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 나는 인정받지 못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사실에 낙담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처음부터 나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나 둘 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자연스레 들었다. 내게 던진 두번째 질문이었다.



세상을 나 중심으로 보면 겪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점차 나보다 남을 눈에 두고 살아가고 있어서 자연스레 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남을 치켜세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남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는 것이 좋고, 웃기는 것보다 웃는 것이 좋다. 남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장점을 얘기해주는 것이 내가 잘난 것보다 뿌듯하다. 내가 바라는 모습과 얼핏 비슷한 답을 내린 사실을 신기해 하며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남들과 노골적으로 비교가 되는 상황에도 똑같이 반응할 수 있는가? 



여기서 나의 욕구가 마지막 발악을 한다. 남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보다 남을 더 특별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내 쓴뿌리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애초에 나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를 바라면서도 지금도 주저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드는 것은 그 욕구에 익숙해져 달콤함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기 위해 현재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부터 연습해야겠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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