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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Oct 11. 2023

아아, 멀고도 험하도다. 신분상승. -1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씨팔롬아, 개팔롬아, 나대지마라, 깝치지마라.”


천안 중앙고등학교 급식실 석식 시간. 일진회 영감님을 앞에 두고 잘 하지도 못하는 욕을 맥락 없이 나오는 대로 쏟아내고 있다. 욕을 하면서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왜 상황이 이렇게 된 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깡마른 시골 촌놈의 악다구니에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의 도시 출신 영감님께서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반박 한마디 못하고 듣고만 있다. 영감님께서 정신을 추스르기 전에 나는 줄을 앞질러 식판과 수저를 챙겨들고 급식을 받았다. 수저를 입으로 옮기면서도 저지른 만행에 따를 보복이 두려워 맛을 느끼지 못했다. 되짚어본 사건은 이랬다.



석식 시간 전까지 잠들어 일어나지 못했다. 급식을 같이 먹는 친구들은 나를 버리고 떠났다. 아니, 내가 가라고 했던가. 더 잔다고. 혼자 급식을 먹는 것을 상상하니 영 그림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친구들을 뒤따라 급식실로 향했다. 친구들이 식사를 마치기 전에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였을까. 줄을 무시하고 그냥 앞으로 향했다. 그때 일진회 영감님께서 교통정리를 명목으로 내 등을 손바닥으로 툭, 치시더니 ‘야, 뒤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영감님의 과감한 터치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아니면 나를 두고 간 친구들이 야속했을까. 나도 모르게 주둥이에 달린 모터가 돌았다. 하… 어떻게 보나 내가 잘못했다.



입맛이 없어 대부분 남겼다. 아이티에는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쿠키를 만든다던데… 식판의 음식들을 잔반통에 털어버리며 속에서 또 한 번 죄책감이 일었다.


급식실에서 2학년 1반 교실로 가려면 영감님의 2학년 6반 교실을 지나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감님의 교실을 지나던 중 나를 불러 세우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못 들은 척하며 앞만 보고 교실로 향했다. 나는 집에서 개인 과외를 받는 탓에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았다. 교실에 도착하면 사물함에 넣어둔 가방만 챙겨 바로 집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부리나케 걸었다.


교실을 눈앞에 두었을 그때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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