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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Oct 13. 2023

아아, 멀고도 험하도다. 신분상승.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잡힌 팔을 뿌리치지 못하고 뒤돌았다. 일진 영감님께서 보내신 종놈이었다. 종종 영감님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촐싹대는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저 재롱둥이 취급을 받는 종놈이지만 어쨌든 그 역시 일진회라는 카르텔에 소속되어 있었다.


“야, 너 오래.”


종놈이 말했다. 가야지 별 수 있나. 그의 교실 앞에 서자 나를 부르신 영감님께서 행차 하셨다. 군중들이 모였다. 영감님께서는 대노하시어 나무라셨다. 한마디도 못했다. 조금 전 급식실 상황과는 다르게 양측의 입장이 바뀌었다.


“아까처럼 해 봐!”


글쎄요, 영감님. 쇤네 왜 인지, 아까처럼 할 수가 없습니다요.

반박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의 화가 누그러지기를 기다렸다. 길길이 날뛰던 그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나도 뒤돌아 교실로 향해 가방을 챙겨 나왔다. 기분이 묘했다. 전적으로 나의 잘못으로 비롯된 일이고 욕도 내 입에서 먼저 나왔다. 그런데 어째서 진 느낌이 드는 걸까? 울화가 치밀었다. 아무 타이틀(가령 일진과 같은) 없는 천민 주제에 고추 달린 남자라고 꼴에 승질은 있어서 분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나는 다시 영감님의 교실로 향했다.


영감님은 교실에 계시지 않았다. 그의 종놈 중 한 명을 붙잡아 영감님의 행방을 물었다.


“축구하러 갔는데?”


뭐? 축구를 하러 가? 나는 영감님을 찾아 운동장으로 향했다.

브라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을 누비는 영감님이 보였다. 그와 같이 뛰다니는 종놈 한 명을 시켜 그를 불렀다. 의외로 영감님께서는 천민의 부름에도 기꺼이 응해주셨다. 내게 다가온 영감님께서는 한바탕 뛰고 나서 기분이 풀리셨는지 살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물으셨다.


“왜? 담배 피게?”


사과하러 온 줄 아는 건가? 쇤네 영감님과 맞짱뜨러 왔습니다요? 그리고 천민에게 담배 살 돈이나 있는지 먼저 물어봐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덤덤하게 답했다.


“아니, 다이다이 한 번 깨자고.“


우리는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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