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 달 살기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고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굳이 이런 내용을 밝힐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간 내 글을 읽어준 독자에게 보고하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한 달 사는 동안 들어간 여행 및 생활 경비와 방을 구한 방법을 밝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먼저 한 달 살기 경비를 밝히면 이렇다.
나는 서면역 부근에서 한 달간 ‘단기임대’로 원룸을 찾았다. 단기임대가 아니라면, 에어비앤비, 호텔이나 모텔, 고시원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임대는 한 달부터 세 달까지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일은 나로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인터넷만 보고 선뜻 계약을 결정할 수 없었다. 나는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중개업소를 통해서 방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서울에 있는 동안 친구는 다행히 나 대신 원룸을 계약해 주었다.
중개업자는 먼저 월세 65만 원의 원룸을 보여주었고, 친구는 나에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방은 매우 좋았으나 문제는 침구류가 없었다. 그것은 한 달 살기를 위해 내가 침구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달 살자고 침구류를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한 나는 다른 방을 찾아볼 것을 부탁했다. 중개업자는 금세 소위 ‘풀옵션’이라고 하는 원룸을 찾아주었다. 새 원룸의 월세는 80만 원이고 보증금은 35만 원. 앞서 보았던 65만 원짜리 방보다 좋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에어비앤비 숙소처럼 내 가방만 가지고 들어가면 되는 곳이었다. 서면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어서 나는 그 방으로 결정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서 구한 단기임대인만큼 단점이 있다. 수수료가 35만 원 정도나 되었다는 것이다. 월세가 80만 원인데 수수료가 거의 절반에 가까워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2년 임대나, 한 달 임대나 세 달 임대나 거의 동일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리하여, 세부적으로 보면 총비용은 130만 원에 못 미친다. (보증금은 방에 이상이 없다면 나올 때 되돌려준다. 진기요금과 물세는 나오는 즉시 정산이 가능하다. 결국 방에서 나온 후 보증금을 되받았다.)
보증금 35만 원
부동산중개료 35만 원
월세 80만 원
청소비 8만 원
전기요금과 물세 등 수만 원
이 비용은 보기에 따라서 많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같은 조건의 숙소를 구했다면 아마 이 비용보다 100만 원 이상 더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받아들였지만, 만약 다시 숙소를 구하라고 하면 이런 방식으로 방을 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실제로 부산에서 거주한 기간은 4주가 채 안 된다. 내가 여행한 것처럼 부산을 다닌다면 보름 정도만 체류하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두 주간만 부산에 체류하는 것이므로 차라리 한 주 단위로 숙소를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목적으로 누구와 함께 다니는가에 따라서 여행의 방법과 기간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일괄적으로 어떤 방법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기타 여행 경비는 이렇다.
먼저, 식비는 내 경우에 하루에 평균 2만 원 이하로 사용한 듯하다. 나는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지 않고 모두 밖에서 사 먹었다. 하루에 보통 두 끼 정도 식사를 하므로 식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게다가 나는 혼자서 술담배를 안 하고 특별히 비싼 요리를 찾아 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맛집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이지만 나는 그럴 정도의 식탐이 없다. 하여간 식비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한 끼 식사비는 6천~1만 5천 원 정도다. 비용을 줄이려면 한 끼에 1만 원 이하 메뉴는 많다. 그런데 음식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선택하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반찬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가정식 백반이나 뷔페 등을 찾아서 먹을 수 있다면 매우 좋다. 그나마 조금 더 다양한 반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히 숙소 근처에서 가정식 백반뷔페를 찾았고, 거기서 대여섯 번 식사를 했다. 그밖에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하면 색다르게 먹을 수 있다.
하여간 나는 매일 두 끼는 정식으로 사 먹었다. 그밖에 아침에 또는 걷다가 중간에 간식 정도로 빵이나 떡 등을 가볍게 먹었다. 걷다가 어묵이나 떡볶이 등을 먹기도 했다. 한국의 대도시에서 그렇게 값싼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여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부산 안에서 교통비는 한 달간 10만 원도 안 들었을 것이다.
버스와 택시를 타기도 했지만 주로 지하철을 탔다. 서울도 그렇지만 부산도 멀리 가는 데는 지하철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고 저렴하다. 자동차를 렌트하지 않았으므로 교통비는 매우 적게 들었다.
참고로, 부산과 서울 간 KTX 기차요금은 편도 7만 원 대다. 나는 부산에 머무는 동안 울산과 대구에 다녀오기는 했지만 서울까지 다녀오지는 않았다. 나는 옷이나 선물 등 쇼핑 경비는 거의 없었다. 가방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굳이 사야 할 만큼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책을 두 권 샀지만 서울에서 떠나기 전에 모두 친구에게 주었다.)
다시 종합하면 총비용은 210만 원 정도다.
숙소비 130만 원
음식비 60만 원
교통비 10만 원
기타 10만 원
이것은 모두 나 혼자서 사용한 경비이다. 가계부를 쓰지는 않아서 불확실하지만, 실제로는 200만 원이 안 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피부과에서 사용한 금액은 포함하지 않았다.)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한다면 1인당 숙소비는 내가 사용한 경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술을 많이 마시고 비싼 음식을 찾아다닌다면 사람에 따르겠지만 수십만 원이 추가될 것이다.
내가 서면에서 숙소를 구한 이유는 이렇다.
이번 여행에 앞서 과거에 부산을 하루 이틀 방문했을 때 지하철을 경험했었다. 인터넷에서 조사한 결과, 부산의 중심이 서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서면은 부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뚜벅이 여행자로서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은 부산의 주요 지역으로 가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다.
더욱이 서면역 부근에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몰려 있다. 그곳에 백화점과 전통시장, 호텔, 각종 비즈니스 사무실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지 월세와 단기임대를 위한 숙소와 고시텔 등도 집중되어 있다.
매일 부산의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여행자로서 보면 서면은 매우 적당한 위치이다. 주변에 식당이 많은 것도 큰 장점이다. 그것이 내가 서면 부근을 숙소로 구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