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도 잘 죽는 것도 모두 복이라는데
"이제 이만큼 살았으니 자식 고생시키지 않고 깨끗하게 잘 죽는 것이 남은 소원이지."
사는 것에 분주한 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노인 연구를 하다 보면 참 많이 듣곤 합니다. 그중에서는 죽음에 관한 주제는 여느 세대의 보이스와는 다른 톤과 색채로 다가옵니다. 그 숨은 의미와 뉘앙스를 섬세하게 따라가 보면 노년기의 삶은 죽음을 품고 있고, 죽음에 대한 단상에도 여지없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죽음을 품은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언젠가 한 노인을 만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참 이색적이어서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죽음준비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여든에 가깝지만 활기찬 노년을 아쉬움 없이 보내고 있는 한 여성 노인은 시종 유쾌하게 죽음이야기를 풀어내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해학과 유희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자만 보아도 사물을 파악할 수 있듯 노후의 삶에는 분명 삶과 죽음이 떼어낼 수 없는 사물과 그림자의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잘 죽는 것은 역시 잘 살아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나요?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기 어려운 이유를 탐색하다 보니 '두려움'이라는 정서가 드넓은 마음의 바다에서 낚여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만질 수 있는 '나', 물질적이고 실체적인 '나'의 소멸은 그 어떤 공포물보다 강한 두려움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마치 삶에서 고통을 빼면 그 진가를 알 수 없듯,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직면하고 그 고통을 돌파할 때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의미 있는 삶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마침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숙한 노년기를 지나는 분들은 자신의 죽음을 생생하게 그려보고 좋은 죽음의 조건들을 스스로 만들려는 노력을 합니다.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 정반대의 의미 같지만 실은 서로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와 같습니다.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별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노년기에 잘 살기(웰에이징) 위해서는 4가지 이슈들이 중요합니다. 돈, 건강, 관계, 역할이 그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여러 연구 경험들에서 축적된 사실들을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다룰 내용은 잘 죽는 것(웰다잉)에 관해서는 노년기에 가질 수 있는 죽음에 관한 몇 가지 관점들을 다룰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때 이른 고민거리를 안겨 드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지금은 다가오지 않지만 어느 날엔가 내 삶의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신다면, 혹은 나의 부모님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읽으신다면 충분히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매주 월요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