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에서 바라본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와 감정의 신체화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작성한다.
브런치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지인으로부터 혹시 확진이 된 것이 아니냐는 메시지도 받았다. 요즘 글이 안 올라오네요라고 넌지시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낸 지인도 있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몸도 마음도 바빴고 여유가 없었다.
나는 몸이 피곤할 때 어깨가 무겁고 다리가 천근만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한다. 이런 증상은 피곤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흔한 현상들이겠지만 사람에 따라 피곤함의 증상은 제각각으로 나타난다. 피곤함이라는 것이 육체적인 피로감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피로감도 있고 그중에서도 정신적 피로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신적은 피로감은 마음가짐과 떼레야 뗄 수가 없다.
옛 선인들의 이야기 중에 한 제자가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다고 스승의 조언을 바라자 "보이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잡으려고 하느냐"는 스승의 답변에서도 보듯이 참 마음이라는 것이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기에 규정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렵다.
현대 과학에서는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신경전달물질인 호르몬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특히 뇌과학과 생리학에서 호르몬이 인간의 감정과 정신세계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요가에서는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는 바로 호흡이다.
신체 내부의 7개의 차크라를 통과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나디를 프라나가 원활하게 움직일 때 우리는 평온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고, 프라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정체되고 막혀 있는 경우에는 불편한 마음으로부터 시작하여 가벼운 질환을 겪고 만성적인 질환으로까지 발생하게 된다. 프라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호흡에서 그 반응이 나타나고 이어서 감정으로 연결된다. 이유 없이 답답하거나 불편하고 혹은 불쾌해질 때는 요가에서 프라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일들이 유독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감정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프라나의 흐름과 관계가 있다고 요가에서는 이야기한다. 그러하기에 직접적으로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때 호흡을 통해서 조절할 수 있으며 이는 쁘라냐야마수련을 통해서 익힐 수 있다.
최근 일 때문에 운전도 많았고 이동거리도 많았다. 그것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허리가 불편한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늘 어깨가 무겁고 불편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사나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어깨 결림이나 다리의 무거움이 최근 사이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신체는 우리가 경험해왔던 모든 것의 저장소이기 때문이다.
신체는 우리가 경험해 온 모든 것의 저장소이다.
특이하게도 사람마다 정체되어 순환되지 않고 경직되는 신체 부위가 각기 다르다. 사상체질로 봐야 할지 아유르베다의 3 Dosha로 이것들을 바라봐야 할지 모르지만 개개인이 이 세상에 가지고 온 성향과 생활습관들로 인해서 체형도 제각각이고 불편함이나 통증을 느끼는 부분도 다르다. 몇 년 전에 접한 내용인데 참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는 자료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었다.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와 연관이 있었던 내용이다. 특별한 감정들을 느낄 때 신체는 이에 반응하고 그 감정들이 저장되는 특정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신체화(Somatization)와 연관이 있다. 신체화 장애라는 단어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심리적 불안은 신체의 질병으로 나타난다. 감정은 자극에 대한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긍정적인 감정보다도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몸은 더 빠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두통이나 위장질환이 올 수도 있고, 호흡기와 내분비계통에 영향을 주어 질환으로 발전되기도 하며 우울감이나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타난다.
삶에서 짊어진 무게와 책임감으로 괴로워한다면 이런 감정들은 어깨에 저장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공포와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목 주변에 그런 감정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자주 목 주변이 뻣뻣하다고 느낀다. 주체하지 못하는 슬픔 또는 지인이나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비탄에 빠져 있는 경우에는 등 위쪽(upper back)에 그 감정이 자리 잡는 다고 한다. 불안감이나 무력감의 감정은 중간 등(middle back)에 부정적인 또는 긍정적인 감정이 자리 잡고 감정을 처리할 수 없을 때는 그 감정이 위에 영향을 준다. 불안하거나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경우 허벅지 안쪽에 그 감정이 자리를 잡고 좌절을 경험하거나 불안한 순간들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에는 허벅지 바깥쪽에 그 감정이 자리 잡는다. 분노와 같은 감정은 엉덩이에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출처(https://lonerwolf.com/muscle-tension/)
요가는 이러한 신체화된 증상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사나를 통해서 저장된 감정들이 쌓여있는 신체 부분을 이완하고 휴식을 제공한다. 호흡수련(쁘라나야마)을 통해 호흡을 알아차리고 내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힐 수도 있다. 야마와 니야마를 실천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일 만한 일들을 만들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프라티아하라를 수행하면서 의식을 내면으로 회수함으로써 관찰자 입장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명상을 통해서도 묵혀두었던 감정들을 내려놓으며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마음과 호흡 둘 다 근원은 같습니다. 정말이지 생각이 마음입니다. "나" 생각은 마음 최초의 생각입니다. 이것이 자아입니다. 자아가 시작되는 곳에 호흡도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정지하면 호흡이 통제됩니다. 호흡이 통제되면 마음이 정지합니다.
호흡은 거친 형태의 마음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마음은 신체 안에서 호흡을 유지하다가 신체가 죽으면 마음은 그것과 더불어 호흡을 가지고 갑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마나마하리쉬 p.38)
이는 마음을 정지시키는 방법을 묻는 한 제자의 질문에 대한 라마나마하리쉬 성인의 답변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정지되는지에 대한 첫 번째 방법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을 탐구하라고 하였고, 마음을 정지시키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제자가 물었을 때 라마나 마하리쉬 성인은 호흡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인 호흡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우리는 신체의 건강을 지킬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깨달음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나는 요가가 참 좋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