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기법 06
민폐형 연자
하루 종일 진행되는 학회나 세미나, 연수교육 등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연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건 정해진 강연 시간을 초과하는 사람이다.
이런 연자는
청중을 지루하게 만들고,
질의응답 시간을 잘라먹고,
브레이크 타임을 갉아먹고,
좌장과 다음 연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행사주관 관계자들을 초조하게 만든다.
그래서 모두의 밉상이 된다.
이럴 때 좌장은 차마 대놓고 욕은 못하고 대개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린다.
"앞의 연자께서 열강 하시는 바람에 시간이 다소 지체되었으니 브레이크 타임을 5분 줄이겠습니다."
"다음 연자 분께서는 시간 내에 마쳐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초과하면 강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이 많아지다 보니 내용이 산만해지고,
진행 속도가 빠르다 보니 청중이 따라가기 버겁고,
자기 말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청중과의 소통은 뒷전이고,
시간이 늘어지니 지루하고 짜증 나는 강의가 되고 만다.
그 결과,
청중의 시선은 자꾸만 손목시계로 향하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하품하는 것도 지겨워 아예 입 벌리고 자는 사람까지 생기게 된다.
너무 많이 가르치려 하지 마라
이런 일은 강의 경력이 일천하거나 혈기왕성한 젊은 연자에게서 잘 일어나기에 그 탓을 경험 부족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그 근저(根底)에는 너무 많이 가르치려는 욕심이 놓여있다.
그런 욕심이 앞서다 보면 자꾸만 곁가지를 치게 되고, 가지를 치다 보면 분량이 늘어나면서 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강의 준비는 충실히 해야 한다.
이것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 재료를 많이 모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그 재료를 다 집어넣는다고 맛있는 요리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재료들 중 내가 만들고자 하는 요리에 꼭 필요한 것들을 선별해 내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듯 풍성한 강의자료 속에서 액기스를 짜내는 것 역시 연자의 능력이다.
가지가 많으면 숲은 풍성하게 보일지 모르나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나무의 실체는 가리게 된다.
강의 역시 곁가지가 늘어나면 강의의 핵심이 흐려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He teahes ill, who teaches all."
그런 의미에서, 강단에 서고자 하는 사람은 아래의 격언을 가슴 깊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He teahes ill, who teaches all."
- 모든 것을 가르치려는 사람이야 말로 잘못 가르치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