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대기업채용의비밀#최종연박사
서류전형 방식에 대한 이해
실제 필자의 자녀가 회사에 지원할 때 가장 판단이 어려웠던 부분이 과연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가 첫 번째였다. 서류전형은 대량공채의 경우 간혹 학교 등의 기준에 의해 기계적으로 판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서류를 못 넘어서면 그 이후의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서류전형이 채용과정의 90%를 결정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이를 위해 지원자들이 우선적으로 알아야하는 것이 서류전형방식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서류전형은 인사와 채용하려는 현업이 같이 개입하는 과정이다. 즉, 기준에 의해 서류전형을 운영하는 인사팀과 사람을 직접 쓰려는 내부 최종고객인 현업에서의 공동작업의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채용과정에서 다른 시각에서 지원자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인사는 채용전체에 대한 프로세스의 운영책임이 있다. 먼저 서류단계에서 기준과 원칙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전체 채용과정이 공정히 운영되는지에 대한 관리책임과 회사의 가치에 적합한 인력을 선발하게끔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현업에서는 회사의 가치는 두 번째이고 우선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을 선발하고자 한다. 더 직무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지원자들은 회사를 선택하면서, 동시에 직무를 선택하고 두 가지 측면에서 지원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발생하게 된다.
외국기업의 경우는 채용에 대한 권한이 인사팀보다는 현업에 더 권한이 많게 된다. 결국 쓰는 부서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일 잘 알고, 인사관리에 대한 모든 부분에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컨설팅회사가 극단적인 케이스인데 필자가 근무했던 액센츄어나 머서 같은 컨설팅 회사는 채용의 기본 책임은 현업 매니저와 임원급인 파트너가 책임을 가지고 있으나, 인사에서 개입하는 영역은 헤드헌터 등을 통한 지원자의 소싱, 채용과정의 진행, 연차 등을 고려한 직급 및 연봉의 부여 등에 대한 부분이다.
일찍 지원하라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받는 질문이 있다. “지원 기간 중에 언제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필자는 단연코 최대한 빨리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실제 입사지원 기간 중에 지원이 마무리 되는 시점(지원자가 지원확정 버튼을 누르는 시점)을 보면 마지막 날 마감시간 한시간 전이 전체 지원의 50% 가까이 된다. 실제로 마감직전에 채용담당자는 엄청난 양의 전화를 받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원서를 수정해야 하는데, 수정을 위한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어요 알려주세요.” “미리 작성해둔 지원서가 날아갔는데, 어떻게 복구할 수 있나요?” “잘못해서 지원 확정 버튼을 눌렀어요. 수정할 수 있게 돌려 주세요.”
입장을 바꿔서 채용담당자라고 생각해 보라, 이렇게 물어보는 지원자들에 대한 좋은 인상이 생길 수 있을까? 게다가 실제로 이와 같은 문의를 하는 지원자치고 만족스러운 지원서를 제출한 경우를 본적이 없다.
채용담당자들에게 입사지원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다. 일단 채용시스템부터 보자. 채용시스템은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중에 몇 안되는 외부인이 들어 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일단 보안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입사지원 기간 중에는 회사 채용시스템을 통한 해킹시도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채용시스템은 상시로 사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안정성에 대한 이슈가 있다. 특히, 한번에 수천~수만명이 접속하는 경우 시스템이 다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채용시스템 다운은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채용담당자들은 입사지원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수시로 채용시스템을 모니터링 한다. 본인이 지원자가 되어 지원을 해보기도 하고, 지원 내용이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 누군가 지원을 하고 확정까지 했다고 가정해보자, 채용담당자는 당연히 지원자가 고맙다. 그 지원자의 지원 서류는 꼼꼼히 읽어 보게 된다. 심지어 내용까지 충실하게 작성되어 있다면, 그 지원자의 이름은 채용담당자의 머리속에 각인된다.
그렇다면, 채용담당자의 머리속에 좋은 이유로 이름이 각인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채용담당자는 당연히 특정인원의 불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채용팀(Recruit team)이 별도로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채용담당자는 팀 내에서도 Junior급인 경우가 많다. 채용 업무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정한 프로세스를 잘 운영하면 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용담당자가 업무를 하다 보면 다음단계의 인원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특정 기준에 따라 인적성 검사 대상자를 선발했는데 특정 학교 졸업생이 너무 많거나, 지원한 직무보다 다른 직무에 더 적합하여 직무 전환을 통한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채용담당자는 일반적으로 기존에 좋은 인상을 주었던 지원자들 기억하고 이 인원들에게 추가 기회를 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필자의 자녀의 경우도 본래 전략 업무에 지원하였는데, 면접 후에 탈락하였었다. 그런데, 추후 갑자기 연락이 와서 회계부서에 지원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에 그날 회계부서 실무, 임원면접을 종합하여 보고 합격하였다. 인사담당자가 전사적인 채용TO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으므로, 지원자들을 계속 모니터링하여 좋은 지원자가 있으면 다른 직무에서라도 채용하게 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 태도가 지원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서류 스크리닝 방법
일반적으로 공채기간에 지원하는 지원자수가 얼마나 될까? 대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작게는 몇 천명에서 많게는 몇 십 만명 정도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팀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 팀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인 기업은 1~2명이 담당할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입사지원서를 모두 읽어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모 유통그룹이 공채기간에 그룹사에서 입사지원서를 검토하기 위해 인원들을 차출하여 공채기간 내내 입사서류를 검토했던 적이 있다. 기업의 의도는 수치화로 인해 아깝게 떨어지는 인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라고 했지만, 투입되는 인원대비 결과가 좋지 않아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 적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수시채용을 통한 경력직 선발이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 서류스크리닝에는 어쩔 수 없이 객관적으로 이른바 ‘기준에 의한 스크리닝 방식’이 사용되기 마련이다.
직무적합성 : 학력과 학교, 전공 그리고 학점
직무적합성 측면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은 학력, 학교, 전공, 학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학사, 석사, 박사로 학력을 구분하여 배점을 한다. 예를 들어 박사는 10점, 석사는 8점, 학사는 6점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대학평가 등의 학교순위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며, 여기서 기업의 특색에 따라 별도의 기준을 운영한다. 이러한 이유는 1) 기업의 소재지가 지방인 경우 그 지역대학에 대한 가점을 주는 경우, 2) 기업에 특정 대학 출신이 많은 경우 그 대학에 대한 가점을 주는 경우, 3) 특정 분야에 특화된 대학이 기업 업의 본질과 일맥상통하는 경우 가점을 주는 경우 등이 있다. 또, 중요한 기준이 있다면 그 학교 출신의 선배들이 근무하는 경우 그 뒤로도 입학 자격들이 주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전공이다. 선발 분야와 직무적으로 적합성이 있는 경우가 유리하게 반영된다. 따라서, 학교도 중요하나 최근 수시채용에서 중시 여기는 직무 단위 채용을 고려한다면 뽑으려는 직무와 전공이 맞아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학점은 일반적으로 최저 기준을 갖고 있다. 보통 지원 기준을 4.5만점 기준으로 3.0이상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 많으며, 표면적으로 최저지원 기준이 없더라도 3.0 미만의 지원자는 서류 통과가 힘들 수 있다. 최근에는 지원자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학점을 세분화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3.0 / 3.5 / 4.0 이상 3단계로 구분하여 점수를 부여하였다면 최근에는 학점에 비례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채용시스템이 고도화된 영향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학점의 구성을 보기도 한다. 교양과목이나 부전공 과목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전공과목의 학점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다만, 대기업들을 제외한 중견, 중소기업들은 학점과 업무역량의 상관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최저 기준 이상의 학점만 갖추면 학점 점수를 동일하게 부여하기도 한다.
경력, 수상내역, 동아리 활동, 해외경험 등의 반영
많은 지원자들이 작성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경력 부분이다. 본인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과연 경력 란에 넣어도 되는 건지 아닌 지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무리 작은 경력이라도 넣으라고 추천한다.
일단 꽤나 많은 기업들이 서류전형에서 경력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경력 란의 개수로 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지원자 입장에서 ‘이정도도 넣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은 경력 란에 기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많은 지원서류 컨설팅 업체들이나 이른바 취업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경력은 최신순으로 넣으라고 한다.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내세우고 싶은 경력이 최신이 아닌 과거에 있는 경우 난감해 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무조건 본인이 내세우고 싶은 경력을 가장 위에 기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서류전형에서 경력란은 개수로 평가될 뿐 아니라 혹시 직접 읽어 보게 되더라도 당연히 위에 있는 경력을 먼저 읽어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면접을 보게 되더라도 면접관은 당연히 위에 있는 경력을 먼저 보게 되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질문을 이어가게 된다. 따라서 지원자가 내세우고 싶은 경력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내세우고 싶은 경력을 어떻게 선택하느냐 이다. 선택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원한 직무와 가장 관련 있는 경력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을 낮은 경력으로 치부하고 경력 란에 기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유통업의 경우라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중요한 사전경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일을 하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에 임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유통직무에 지원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영업직무에 지원한 경우는 흔히 말하는 진상과의 경험을 얘기할 수 있으며, 회계나 재무 등의 직무 와도 연결할 수 있다.
두번째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경력이다. 작년 공채에 지원했던 지원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력이 하나 있다. 그 지원자는 평창 패럴림픽에서 영어 수화 통역 자원봉사를 했던 경험을 경력 란 맨 위에 썼는데, 평창 올림픽이 이미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당연히 그 지원자의 다른 경력보다 이전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인생 경험에서 가장 큰 경험이라고 생각되어서 해당 경력을 최우선으로 썼다고 답변하였다. 평창 패럴림픽에서의 자원봉사 경험도 면접관 입장에서 매력적이지만, 수화 통역이라는 부분이 더욱 매력이었고, 면접관들은 수화가 언어별로 다른 것도 처음 알았다고 관심을 보였었다. 그 지원자는 임원면접에서도 같은 이유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많은 질문을 받았으며,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어성적에 대한 이해
필자가 취업특강이나 리쿠르팅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을 만나보면 영어 성적에 목숨을 거는 친구들이 있다. 심지어 최근에 만난 한 준비생은 토익 점수가 900점인데, 990점까지 올리겠다고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만 하고 매달 토익시험을 보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취업준비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본인의 학벌이나 학점 또는 기타 스펙이 안 좋아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는 당장 열심히 해서 올릴 수 있는 스펙이니 이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성적이 선발에 변별력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 역량을 파악할 수 없는 지원자들을 어떤 방법이던 줄을 세울 필요가 있었고, 학벌이나 학점으로 걸러낸 지원자들을 한번 더 걸러낼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한 방법이 영어 성적이었다. 게다가 90년대부터 불었던 글로벌化 세태는 이런 방법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일단 기업들이 영어점수의 허수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토익 기준으로 만점 수준의 점수를 받은 지원자를 선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사한 이후에 영어로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글로벌화에 대응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구글 번역기를 돌린 문서는 단순히 참고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구글 번역기는 우리가 고심해서 번역하거나 작문한 글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의 번역과 작문을 보여준다. 실제로 필자는 학위 논문의 초록 작성에 구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 통번역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을 이뤄 컨퍼런스콜에서도 네이버 파파고를 활용하기도 한다. 혹시 MS Office 365의 프리젠테이션 자막 기능을 사용해봤는가? 대략 26개국어 정도를 지원하는 프리젠테이션 모드에서는 발표자가 어떤 언어로 발표하던지 간에 설정해둔 언어로 자막을 표출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선발 과정 중에 영어점수를 보고 영어면접을 진행한다. 이는 사실 앞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공정성을 지닌 선발 도구가 많지 않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 점수가 선발에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히 과거에 비해서 현저히 낮아진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지원자에게 영어 점수보다는 실질적인 영어 말하기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수준의 영어 말하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필자의 경험과 주위 채용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영어 점수는 토익 기준으로 800점이 넘어가면 큰 의미가 없다. 특히 영어가 업무에 필수인 해외영업, 지사근무, 원료도입 등의 직무를 제외하면 다른 역량이 충분하다는 조건 아래 토익 800점 이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사직무에 신입사원을 선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글로벌 인사가 아니라면, 혹은 외국계 기업이 아니라면 인사 직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업무 중에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최근의 동향은 Opic이나 TOEIC Speaking 점수가 TOEIC 점수 보다 높은 것을 선호한다.
다국적기업의 경우는 대기업과는 다른 기준을 원한다. 일상적인 업무를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본인이 영어실력에서 자신이 있다면 다국적기업에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필진에 대하여 : 본 서는 최종연, 유영복 두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준비되었다.
- 최종연 : 경영학박사로 LSMnM에서 11년간 CHO(전무), 액센츄어 코리아에서 인사조직컨설팅리드
(파트너), 머서에서 부사장으로 근무, 중앙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유영복 : 법학박사로 어뜨무러차 연구소 대표, 조직문화 및 인사조직 전문가, LS그룹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