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기업들은 ‘단순한 복지’에서 ‘진정한 Well-being’으로 직원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웰빙(Well-being)은 단지 건강검진이나 스트레칭 강좌 제공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웰빙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건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미국의 대형 회계법인 PwC는 전 세계 지사에서 ‘Well-being week’를 운영하며 직원 개개인의 감정적 안정, 가족관계, 금융 안정성까지 아우르는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 집중 시간, 회복 시간, 배움 시간 등을 분리하는 ‘Well-being Rhythm’을 조직문화에 통합했다. 한국에서도 그 흐름은 확산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직원들의 웰빙과 조직문화 강화를 위해 '힐링 북스테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삼성화재 자체 연수원에서 1박 2일 동안 독서, 휴식, 요가,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원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포스코도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과 마음 건강을 증진하고자 마음챙김 ‘휴’ 앱을 도입하고, 포스코 보건기획실에서 제작, 포항·광양제철소 등 직영 직원과 가족뿐만 아니라 협력사·그룹사 직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미국 갤럽(Gallup)은 2024년 최신 보고서에서 “Well-being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직원 몰입도가 3.8배 높고 이직률이 절반 이하”라고 밝혔다.
직원 개인의 삶이 건강해야 조직도 지속가능하다. 결국 기업의 Well-being 전략은 조직 생산성을 위한 투자이며, 구성원 개인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인프라다.
호환마마(천연두)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월요병이라고 한다. 매일 야근과 상사의 촉박한 요청, 실적 압박에 치이고, 집에서는 초등학생 자녀와의 대화조차 버겁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회사에 출근한다.
이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직장인들에게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일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가이다.
미국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매슬라크(Christina Maslach)는 번아웃을 “정서적 탈진, 개인적 성취감의 저하, 냉소주의가 결합된 상태”로 정의했다. 특히 감정노동이 많은 직업일수록 쉽게 번아웃에 빠지며, 이는 직무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
사례를 보자.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던 김매니저는 매일 ‘비상 모드’로 살아갔다. 성장을 위해서는 희생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는 낮밤이 바뀌는 생활을 몇 년간 지속하더니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에도 출근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어려워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시간 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관리”일 수 있다. 회사와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좌절, 실패, 걱정, 부담 등으로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로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회복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고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충전’을 통해 '에너지 방전'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유명 정신과 의사 나드린 버크 해리스(Nadine Burke Harris)는 “자기 돌봄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일에 몰두한 상태를 ‘성실’이라 여기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과로는 결국 일을 지속할 힘을 잃게 만든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미야 미에코는 '죽음과 사랑'에서 “내가 내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 삶을 지킬 수 없다”라고 썼다. 자기 돌봄은 고급 스파나 명상 여행만을 뜻하지 않는다. 매일 10분씩이라도 나 자신을 위한 회복 루틴을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쓰시타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좋아하는일을 선택하라'보다 아예 '본인이 하는 일을 좋아하라'고 아주 현실적으로 조언한다.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큰 병이 걸려 회사생활을 오래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많이 본 것이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행복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쾌락적 행복(pleasant life), 몰입적 행복(engaged life), 의미 있는 행복(meaningful life)이다. 직장생활에서는 몰입과 의미가 중요해 진다.
SK텔레콤 CEO였던 박정호 사장은 재직 중이던 시절,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닙니다. 경영진의 생각을 바꾸고, 회사를 움직이는 근거가 됩니다. 나도 과거에는 과장이었고, 사장이 아니라 과장도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는 초기 전략기획실에서 일할 당시 작성한 제안서가 그룹 회장단의 관심을 끌면서 SK의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경험이 자신이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을 돕고 미래를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그는 SK텔레콤과 하이닉스 CEO로 재직하면서도 보고서나 제안서에 담긴 ‘일의 의미와 무게’를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행동을 이끈다"고 했다. 회사 안 밖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축적하면, 이는 삶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일상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장소를 벗어나 '시야 전환'을 경험하는 것은 뇌와 몸을 '신선하게' 자극한다.
일정의 ‘여백’ 만들기 : 모든 일정 사이에 10~15분의 쉬는 시간을 계획하라. 생산성과 정신적 회복 모두에 도움이 된다.
일을 ‘선택’한다고 느끼게 만들기 : 주어진 업무라도 스스로 선택했다고 인식하면 통제감이 생긴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자꾸 물어보자.
마이크로 루틴 도입하기 : 하루 5분 명상, 수첩에 감사한 일 3가지 적기, 물 2잔 마시기 같은 작고 반복 가능한 루틴이 번아웃을 예방한다.
주말을 완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기 : 최소 하루는 이메일, 메시지,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뇌의 재충전이 필요하다.
조직 차원의 Well-being 정책에 적극 참여하기 : 회사에서 제공하는 마음 건강 지원, 피트니스, 커뮤니티 모임 등 복지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 이는 ‘나의 회복’을 조직과 함께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어떤 날엔 일에 집중하고, 어떤 날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조율하는 과정이다. 완벽한 비율이 아닌 유연한 조절이 핵심이다.
산업심리학자인 아담 그랜트(Adam Grant)는 말했다. “균형을 맞추려 하지 말고, 삶의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하라.” 이 말처럼 우리는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일과 회복을 조화롭게 배치해야 한다. 일과 삶이 그냥 녹아서 움직이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일을 하며 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우리 삶이다. 그러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은, 행복한 직장생활을 넘어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에너지, 나의 시간, 나의 마음을 스스로 관리하고 돌볼 때, 우리는 일과 삶을 모두 지킬 수 있다. 그 힘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