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1

by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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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어느순간부터 자리잡기 시작했던 편안함. 어느 봄날 햇살이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지나 서늘한 겨울로 바뀌었을때. 그때 네가 보여줬던 설렘이 안일함이 되어버렸을때. 우리의 여정은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었다. 지금 여기 종착역, 판교에서 난 민지를 바라본다. 어둠이 네 눈물을 가려주고 있다해도, 네 흐느낌까지 덮어주고 있진 않나봐.


"익숙함에 진심을 숨기지 말자, 우리.. 우린 끝났어"


이게 맞는걸까. 널 잊을수 있을까. 모르겠어. 내가 너와의 추억들과 사귀고 있는건지 그 추억 속 너와 사귀고 있는건지 분간할수 없는 나야. 그런 나로서도 지금 이 선택이 최선인거 같아.


"고마웠어.. 그동안.."


그런데 이게 맞는걸까.. 너와 이렇게 헤어진 게 사실일까? 묻고 싶은건 한가득이지만, 저물어가는 태양과 그 뒷편으로 흩날리는 눈물. 그 눈물이 나를 적셨을때, 차마 그 줄기 조차도 잡지 못하겠더라. 지금 내 앞에서 흐느끼는 너에게 내가 해줄수 있는건 안아주는 거밖에 없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너에게 너무 늦게 왔어.. 늦게 나타나서 미안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토닥거리는 내 손가락들. 그 조그만 손가락 마디로 너의 슬픔이 전달되는 게 느껴지고 있어. 나에게 도달한 네 슬픔. 그 슬픔이 만들어내는 주파수에 너의 손가락도 내 등을 쓰다듬어 따스함을 만들어내고 있어.


"사랑해.. 많이.."


지금 이순간 이대로 이 세상이 종말을 고했으면. 지금 이순간이 스냅샷으로 영원하기를. 이 이클립스가 끝나면, 다시 시작되는 해와 달의 시간. 그 균형 속에서 우린 불균형을 이루게 되겠지. 견딜수 있을까.


"정말 미안해.. 오빤 좋은 사람 만날거야.."


제발. 우리. 우리 사이에 존재했었던 그 편안함이라도 간직할순 없을까? 이제는 싸늘한 바람에 증발해가는 감정이라지만. 그 감정 속에 담긴 온기라도 계속 느끼고 싶어. 나는 이제 영원히 햇살이 주는 따스함을 느낄수 없는걸. 이제 닫히고 있어. 밤이 차오르고 있어. 난 이 어둠 속에 갇히겠지..


"고마웠어.. 사랑해.."


어제의 따스함이 오늘의 싸늘함으로. 이미 사라져버린 너와 네가 남기고 난 흔적에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너를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기다림은 우리와 같은 극성의 물질. 서로에게 영원히 가까워질수 없는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 너무나 닮아있는 너와 나. 이런 우리 마음과 반비례로 멀어지는 운명. 널 항상 생각하며 나의 길을 살아볼께. 그저 어제와 단절된 오늘의 삶을.


"안녕..."


기다림보단 보내줌을. 이미 내일의 해가 떠오를 아침에 너의 잔여가 남아있는 밤을 그리지 말자. 그날의 따스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기 보다, 그저 서서히 증발하도록 놔주자. 이렇게 한걸음씩 내버려두자. 한걸음씩 한 템포 쉬면서 천천히.


그렇게 우리의 이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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