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너에 대한 생각이 짙게 작용하고 있는 자기장. 네 흔적과 비례하여 자기력이 중력의 힘으로 강하게 마음을 짓누른다. 쥐어짜여지고 있는, 그날의 추억과 시간. 나는 지금 이곳에서 그때의 너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 그날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숨어있던 뜻을 도출해보곤 해. 지금 이 벤치에 앉아서, 그날의 너를 떠올려보고 있어.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를 바라보며 우리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보곤 해. 지금 이곳은 너의 주파수가 강하게 작용하는, 유대감이 강하게 작용하는 자기장이니까. 시간 터널을 지나 그때의 너에게로 닿는 기적을 매일 느끼고 있어.
“오빠, 오빠는 왜 나를 사랑해?”
민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왜 사랑하냐니? 우선, 예쁘고, 멋지고, 귀엽고, 지적이고 ~~”
나의 말에 크게 웃는 민지. 그리고 다시 머뭇대기 시작하는 미소. 그 끝에 다시 도달하게 된 망설임. 그 망설임의 모습으로 민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가고 있었다.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이런 나를.. 사랑해주니까.. 너무나 미안해서.. ”
나는 그날 너를 바라보았다. 고개 숙인 너의 모습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았다..
“나는 쓰레기인데.. 그런데, 그런 쓰레기라도, 사랑 받을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
우리의 시간이 수평선 너머 하늘의 최고점에 도달했던 시간, 오정. 네가 나에게 중력의 힘으로 나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시발점. 뿌연 미세먼지에 가려진 듯한 너의 마음이지만. 수많은 장맛비를 품고 있던 회색 구름 너머 진짜 네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때, 결심했던 거 같았다.
“그런 말 하지마.. 그럼, 너를 사랑하고 있는 내 마음은.. 뭔데..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도 멋진 사람인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야.. 민지야..”
순간, 그 시각 모든 멀티 유니버스 속 수많은 너와 내가 나타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엮는 기적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내 손에 닿은 너의 손길. 그 손길로부터 나에게로 전해지는, 네가 품고 있던 장맛비.. 그 전부를 전달받은 나는 너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봄날의 설렘을 전해주었다. 그 장맛비가 봄날의 설렘을 마주한 순간, 순간의 빗줄기는 아침 이슬이 되어 지상으로 수분을 전해주어 사랑이라는 생명이 자라나는 기적을 행하기 시작했다.
“벅차.. 오빠.. 너무 벅차..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랑해..”
그날, 너와 내가 꼭 끌어당겼던 순간을 기억한다. 시간의 증발과 함께, 싸늘한 밤공기만 남게 된 겨울이지만. 그 겨울 속에서 순간 타올랐던 기억의 촛불 속에서 지나갔던 온기를 불러본다. 만나지 못할 영원의 메아리겠지만.... 흔적으로라도 희미하게 남아있던 온기를 기억해내면서.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어. 그렇게 나의 기나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