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부 동상 - 이은정
2010년 1월 1일.
"19시 52분 남아입니다."라는 간호사의 희미한 음성으로 기억되는 너의 출생. 첫 아이는 늦어진다는데 예정일을 나흘이나 앞 당겨 뜻하지 않게 새해동이, 그해 일등으로 우리에게 와준 내 아들 도헌아.
올해 1월 1일 어김없이 일곱 살을 맞이하고 요즘 한창 한글을 떼고 책 읽기에 여념이 없는 의젓한 내 아들. 첫돌 때도 남들 다 하는 돌잔치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엄마는 왜 이번 일곱 번째 생일 때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구나. 새해 첫날부터 돌잔치를 하려니 장소도 마땅치 않고 손님들 오라 가라 하기도 그렇다고 이게 다 네가 새해동이로 태어난 탓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엄마는 마음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아빠가 돌연히 사고를 당해 우리의 곁을 떠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던 너의 첫돌 잔칫날. 너는 집에서 대충 차린 돌상에서 실과 신용카드로 돌잡이를 했었지. 이제는 제법 커서 엄마가 회사 다녀오라고 손도 흔들어 주고, 다녀오면 안아주면서 엄마 등을 토닥여 줄 줄도 아는 도헌아. 남들은 새해동이라 또래보다 발달이 빠르다고 하지만 엄마는 괜히 아빠 없이 자라는 네가 필요 이상으로 세상에서 늦게 알아도 되는 것들을 빨리 배우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하며 잠을 설치는 밤도 있단다.
지금 보다 더 아기일 때, 기저귀를 갈 때면 네가 씨익 웃으면서 혀 짧은 소리로 "엄마, 미안"할 때도, 물을 혼자 마시다가 물 컵을 엎질러서도 얼른 가서 네가 먼저 수건을 들고 와 손에 들고 서 있을 때도, 놀이터에서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 손을 털면서 "괜찮아"할 때도 엄마는 그런 너를 보면서 정말 괜찮지 않단다. 그래서 엄마가 매번 너에게 다그치듯 이야기를 하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내가 뭘!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배변 연습도 아빠가 없으니 네가 쉬야를 앉아서 하려고 들 때 엄마는 난감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눈물을 삼켜야 했어. 네게 아빠가 있어서 아빠와 화장실을 다녔다면 너에게 더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야.
누군가 그러더구나. 엄마에게 필요한 건 딸이라고. 하지만 엄마 곁에는 네가 있잖니? 엄마가 밤에 너랑 누워서 울컥 눈물이 나는 날, 엄마의 눈물이 숨을 수 있도록 어느새 돌아 누워주는 너의 작은 어깨 밑에 숨겨진 너의 그 넓은 등을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이런 아들바보 엄마가 집에 들어올 때 "도헌아~"라고 부르지 않고 "아들~"하고 현관을 들어서는 걸 유심히 들어 둔 네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설거지하는 엄마 옆에 서서 너의 그 작은 손으로 네 가슴에 한쪽 손을 대고 "아~덜~"하고 말했을 때도 엄마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넌 모르지?
밖에 나가 있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아기 곰 노래를 처음 불러 주던 날. 삐뚤빼뚤 글씨로 엄마에게 첫 편지를 남겼던 날. 네가 크고 나면 너와 나의 이런 날들은 엄마에게만 남겨지는 날들이겠지만 엄마는 언제나 기꺼이 혼자서 너에게 너무도 고마워하면서 그 시간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즐거운 여행을 할 거야. 올해도 켜켜이 엄마가 돌아갈 타임머신의 여행지가 쌓이고 있단다. 엄마와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며 다가오는 내년 1월 1일, 학교에 들어가는 여덟 번째 생일을 즐겁게 기다려보자. 남들처럼 근사하게 보내지는 못해도 촛불 켜 놓고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고깔모자 쓰고 촛불 끄기 좋아하는 네가 실컷 촛불놀이 할 수 있도록 해줄게. 약속해!
항상 엄마에게 천군만마가 되어주는 도헌아. 엄마도 네가 세상 밖으로 혼자 걸어 나갈 때까지 길이 되고 빛이 되어줄게. 내 아들이 지금 엄마에게 그런 것처럼. 고맙다 내 아들.
-사랑하는 엄마가-
2016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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