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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

조바심을 지혜롭게 사용할 때

by 에이브 Ave


어디선가 조바심에 일을 그르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급하게 일을 마치려다 오히려 실수가 연달아 생기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계속 가다가는 아무것도 제대로 끝내는 일이 없게 된다.


나는 이 경험을 많이 해보았고 그렇게 결국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나를 탓하게 되었다. 완벽주의 성향과는 사뭇 다른 조바심은 애초에 완벽하게 모든 것을 끝내고자 하는 목표 대신에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끝마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오후 10시까지 끝내야 하는 과제를 10시까지 딱 맞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당일 오전 10시까지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실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스스로에게 마감기한을 오전 10시라고 통보하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자기 자신에게 오전 10시까지 마감기한을 통보하고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래 마감을 해야 하는 시간인 오후 10시까지는 맞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전 10시 안에 끝내기 위해 급하게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조바심을 가지고 일을 끝내려고 하는 모습은 사실 어린아이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실습을 하는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고는 하는데 선생님이 시키시는 일을 빨리 끝내고 완료하려고 급하게 끝내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예를 들어, 한 장 분량의 수학 학습지를 풀도록 할 때, 30분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폭풍처럼 학습지를 휩쓸고 검사를 받으러 온다. 그렇게 급하게 푸는 아이들의 경우 문제를 다 풀지도 않고 검사를 받으러 오거나 같은 실수를 연달아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검사를 맡으러 올 때에도 걸어서 오지 않고 뛰어서 먼저 검사를 받으려고 하곤 하는데 실상은 먼저 검사를 받아도 실수가 생기면 다시 고쳐와야 한다. 그렇게 심하게는 10번을 들락날락 검사를 받으러 오고 평균적으로는 2-3번 다시 검사를 맡는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생각해 봤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만들어본 꽃반지


사실 나는 경쟁하는 것을 싫어했다. 경주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항상 나에게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주를 요하는 스포츠를 피했고 팀원들과 함께하는 스포츠, 예를 들어 축구, 농구, 배구 등을 무서워했다. 나는 오로지 나 혼자에게 달려있는 스포츠와 과제들을 선호했다. 그렇게 하면 스포츠 경기에서 지더라도 혹은 과제를 망치더라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 혼자 하는 일들을 선호했던 것 같다.


이런 나는 혼자만의 느긋한 시간을 즐겼고 다른 아이들이 과제를 먼저 끝내고 노는 동안에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느지막하게 끝내고는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도 급하게 끝내고 노는 것을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아마 스마트폰이 생기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오로지 학원 숙제 학교 숙제를 다 마치고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카톡 하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이 나의 목표가 되고 나니 그동안 누렸던 느긋함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조바심을 장착하고 일을 그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어린아이들은 아직 뇌가 성장하고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의 조바심과는 다소 다르다. 아이들은 그저 순수하게 주어진 과제를 끝내는 것을 마치 경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는 건 또 아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 몰두할 뿐이다.


이번 학기에 아동발달 수업을 들으며 아이들의 사고발달에 대해서 공부하며 어렸을 때는 그렇게 빠르게 과제를 마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은 넓게 멀리 보는 것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조바심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또 아니다. 마치 레이스를 달리는 것처럼 한 가지를 목표로 열심히 하는 연습들이 아이들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중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이고 그렇게 한 가지에 몰두하면서 창의력도 저절로 길러진다. 어떻게 하면 주어진 과제를 빠르고 간결하게 그러나 실수하지 않게 완료할 수 있을지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점점 더 성장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조바심보다는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멀리 그리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막무가내로 일을 소화하려고 하면 체하기 마련이니까.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다방면으로 볼 줄 알아야 하고 한 가지 일을 통해 완료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이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다른 일들들을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바심은 금물이다. 주어진 기한 내에 끝내는 것은 물론 당연한 것이고 그에 앞서 미리 일을 시작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도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바심은 이러한 과정들을 생략하고 그저 모든 일들을 빠르게 끝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나는 나의 조바심을 좋아한다. 나의 어린 시절이 품고 있는 조바심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나의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웠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잠시 나의 조바심을 내려놓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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