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고 가는 곳은 회사ㅡ집이 다인데 말이다. 아! 주말마다 가는 마트와 도서관 그리고 회사 업무로 가야 하는 은행을 빠트렸다. 혹시 회사에서 만지는 돈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었을 수도 있나?
뭐 아무튼 몇 달간 친정에도 가지 않고 친구와 만나서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 관련해서 할 이야기도 많았는데
억울하다. 더 억울한 건, 이런 내게 어머니가 씌운
몰래 나가 논다는 누명이다.
남편과 출퇴근을 함께 하고 퇴근하고는 집 밖으로 나가질 않는데 언제 몰래 나가 논다는 걸까?
아~ 이렇게 오해를 받을 줄 알았다면 정말 나가 놀걸.
내가 나가 놀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어머니도 아실 텐데
왜 자꾸 억지실까? 듣다 못한 남편이
"언제 나가 놀아요? 아플 때도 회사에서 일 시키는 거 보셨으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해요!" 하며
말하면, 잠시 후부터는 내가 청결하지 못해서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을 시켰다고 말을 돌리신다.
가끔 퇴근하고 힘들면 안 씻고 잔 적은 있지만
그 횟수가 청결하지 못하다고까지 하실 정도는 아닌데.
우리 동네는 상수도가 운문댐에서 오는 직수를 사용한다. 한 여름에도 찬물로 샤워하려면 이가 달달 떨려서 조금은 미지근한 물로 씻어야 온도가 맞다.
물이 너무 차가우니 정말 땀을 많이 흘린 날이 아니고는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이럴 때면 한여름에도 보일러 튼다고 어머니의 눈총을 받는다.
겨울은 더 고역이다. 설거지를 할 때도 찬물로 하기에 손가락이 시려서 한참이 걸린다.
그나마 씻을 때도 내가 씻을 때는 베란다에 있는 보일러실 앞에 나가 앉아계셨다가 씻고 들어오면
눈을 흘기시며, "돈이 남아도는구나. 뜨신물 펑펑 쓰고 잘한다."라며 핀잔을 주시기에 아이는 따뜻한 물에 씻기고 그 온도에 몸을 데운 후 찬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그래서 겨울에도 감기와 두통을 달고 사는데 어머니의 핀잔이 듣기 싫어 찬물로 씻고 나온 나를 보며 남편은 그냥 따뜻한 물로 씻고 나오라며 역정을 낸다.
이럴 때면 어머니는 내가 잘해도 싫고 못하면 더 싫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도 찬물로 머리를 감고 머리 말릴 시간이 없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내 머리카락을 보면서 남편이 수건을 가져와 물기를 털어주니 어머니 눈에선 레이저가 나오기 직전이다.
이럴 때는 아플 때가 좋았는데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본다. 갇혀있을 때는 정말 문만 열고 나가면
'그동안 힘드셨을 어머니께 싹싹하게 잘해야지.'
했는데,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쯧쯧
잔치국수
퇴근 후 집에 오니 저녁은 잔치국수다.
멸치로 국물을 내고 소면을 삶아서 간장을 얹어 먹는 간단한 음식이면서 면 삶는 게 조금은 고난도인 음식.
간장도 맛있어야 하는데 정말 젓가락 꽂으면 후루룩 끝이다.
아빠가 살아 계셨을 때 친정을 가니 혼자 국수를 삶아 드신다고 삶고 계시기에 "아빠 내가 해줄게"하며 자신 있게 나섰는데 (어머니는 너무 쉽게 하시기에 쉬운 줄 알았다) 국수를 아빠에게 드리면서
"아빠 어때?" 하니 "덜 익었다!" 하며 역정을 내시면서도 한 그릇을 다 비우셨던 기억이 났다.
(요리 잘하는 여동생이 아마 나처럼 음식을 했다면 아빠는 분명 안 먹는다며 역정을 내셨을 거다. 이때는 좋은 큰딸 인센티브! 나의 요리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그때 같이 있던 남편도 잔치국수를 말없이 바라보는 내 맘을 안 건 지.. 아무 말 없이 김치를 얹어준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잔치국수는 맛있다
둘둘 감아서 한 입가득 넣으면서 어머니의 잔소리, 핀잔, 억지... 등등 같이 둘둘 감아서 꼭꼭 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