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quila Sunrise

제가 여름의 환자라는 말을 했던가요

by Dear U

여름만 되면 미쳐서 자주 길을 잃었고 사랑하면 죽고 싶었어요 아니 죽이고 싶었어요 미인은 단명한다잖아요 일찍이 죽은 그 사람은 미인이었나 봐요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사랑하지 않았는데


이젠 겨울에도 미쳐 날뛰어요 목을 매달고 싶은데 나오는 단어들마다 이다지도 단순할 수가 없어요 혐오스러워요 천박해요 쌍스런 말만 맴돌아요 미사여구 같은 포장지는 어디로 다 잘라버리고 찢어버렸나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너처럼 똑똑한 애들이 죽는 거라고 왜 사는지를 잘 알아서 죽는다고 종례 끝나고 텅 빈 교실의 커튼을 하나씩 내리면서 오후 세 시부터 오후 다섯 시가 되도록이요 잠은 잘 자니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했는데 기억 나세요? 제가 이러는 이유가 다 가져서 그런 거라 하셨잖아요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 저는 잃을 게 없어서 살아요 죽도록 멍청해서


이 문장을 쓰는 지금은 이천이십이년 열두 시 십구 분을 막 지났는데 제 시계는 이천십팔년 칠월 칠일 오후 두 시 십삼 분에 멈춰 있어요 이게 무슨 시간인지 아세요? 날 사랑한 서울 구로 병원의 간호사 나부랭이가 스스로를 찌르고 투신한 시간이에요 불쌍하다 떠난 간호사가 아니라 남은 내가 아니라 내 시간이 불쌍해


연아 세 시야 사랑해 뻐꾸기 같은 말을 잘도 하던 사람이었어요 가족도 없는데 나 하나에 미련 가져서 아 룸메이트가 하나 있댔어요 얘 시집 보내기 싫다 근데 이제는 하면서 그 인간이 나보다 멍청했는데 왜 먼저 죽었을까요 나 몰래 복습 예습이라도 한 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정답을 찾았지


있잖아요 선생님도 그 간호사도 사실은 안 죽은 것 같아요 어딘가에 살아서 나 같은 건 잊자고 작당이라도 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기억은 안 나는데 생각은 나요 인천에 그것도 영종도에 나 하나 남겨졌을 때 더 미루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그랬잖아요 거기 천장도 높고 복층이고 내가 사는 층은 거진 꼭대기라고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 인기 많은 오답만 잘도 골라서 이딴 식으로 연명하고 있어요


1 부터 8 중에 숫자 하나만 골라 볼래요? 저는 7을 골랐었는데 이게 뭔지 알아요? 민이가 삼킨 약의 갯수래요 내가 고른 만큼 갯수를 세어 가며 순순히 입에다 쳐넣었을 그 새끼를 생각하니까 화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