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9
여전히 밤이 길다. 캄캄한 겨울 아침에는 세상에 혼자인 기분이 든다. 나는 이런 시간을 좋아한다.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 드는 시간. 몽롱한 정신으로 암청색이 번지는 창문을 응시하는 순간.
오늘 해야 할 일들이나, 밖으로 나가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거나, 거기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거나- 그런 일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채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처음에는 내가 고요한 공간에서 혼자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방심하게 되면 너무 많은 것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나는 싫었다. 세상사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과 -지나치게- 가까운가. 매일의 업무와 쌓인 메일, 답장하고 싶지 않은 문자. 실수로 틀렸던 중간고사 2번 문제. 어제 직장에서 있었던 작은 실수. 심리적인 부담과, 자신이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스스로 한 번에 통제할 수 없는 ‘신경쓰임’이 주변에 와글와글 모여 저마다의 소음을 낸다.
떠올리지 않으려 애쓸수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계절이 겨울로 건너가는 무렵에는 심리적인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항상 모든 불안과 거슬림이 내 몸에 스며든 기분을 느꼈다.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려고 할수록, 그것들이 내 안에 단단히 박혀 있음을 증명한다. 그 일은 이제 생각하지 마. 그만 생각해! -라고 자신에게 외쳤지만 소용없다. 그럴수록 떠오르는 장면들은 사라지지 않으려 한다. 매번 거대한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 빠져나갈 방법을 모른 채 머리만 겨우 수면 밖으로 내밀었다. 그러면서 다른 파도가 나를 덮치지 않기를 빌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불안과 싸워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파도는 언제든 다시 밀려온다. 나는 아직 물속에 있다.
그래서 물에서 기어 나와 작은 섬에 올라온 나를 상상한다. 눈앞에서 넘실거리는 물살을 구경만 해본다. 파도가 거칠다. 매서운 물살에 뛰어들면 어떻게 될지, 언제쯤 잠잠해질지를 생각한다. 나는 육지에 우두커니 선 인생의 관객이 된다. 파도가 아무리 무섭게 내리치든지 상관없이, 나는 휩쓸리지 않고 그저 지켜본다. 모든 파도는 결국 부서지고 같은 파도는 두 번 다시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황없이 혼란스럽다면 파도를 ‘지켜보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