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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연 Sep 14. 2024

휴재

그동안의 연재 소감과 함께.

  안녕하세요, 채연입니다. 


  글을 쓰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휴재는 처음이네요. 갑작스러운 휴재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연재를 쉬어간다', 이 말이 어쩐지 작가가 된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동안 글쓰기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고 마음도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조급하게 쓴 글보다는 신중하게, 여유를 가지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쓴다는 것. 또 소외된 존재를 주제로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 예술이라는 분야 속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책과 전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고자 했기 때문에, 난이도가 한층 올라가 버렸습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해서!" 그런 생각에 이따금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시작하며 쓴 글, (사실은 연재를 시작하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던 과거 나의 글) 서문을 보면서 마음가짐을 돌아보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예술에 관한 책이다. 스스로 미술의 길에서 벗어나 인문학의 길을 걸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무언가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나는 아직도 예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긴 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글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그 자체로 예술이 아닌가. 예술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과 지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는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와 그들의 황홀하면서도 볼품없으며, 길면서도 짧은 삶 그 자체를 예술이라고 믿는다. 삶을 만들어가는 우리는 전부 예술가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예술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시작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서문을 통해 짧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하고 싶다. 

*지금 보니 글꼴도 통일이 필요하네요, 추석 동안 수정의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잔소리로 적은 마지막 문장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듯합니다.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남들이 보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비난의 여지밖에 없는 글일까 봐 점점 주눅이 든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이 작업을 왜 시작했는지를 다시 돌아보면, 자신의 전문적인 능력을 평가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용기를 내보고 싶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실수를 저지르고, 자신감을 잃고, 초심을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자신의 능력 부족, 나태함, 게으름에 있지 않습니다. 초조함과 조급함 때문이죠.

  빨리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나도 멋진 작가가 빨리 되어야 한다는 생각. 당장 멋진 책을 완성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신중함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연재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결국 휴재를 결심한 저는, 1주일 내내 휴재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휴재공지가 없는 '완벽한 목차'를 내심 바라고 있었고, 빨리 제대로 된 책 한 권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조급해하다 보니 '완벽하지 않은 지금의 나'라는 모습이 불안해졌고, 끝없는 자기 검열이 이어졌습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이라고 한다면 좀 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읽고 쓰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네요.

  

  글을 쓰면서도 계속 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을 연재하면서도 지금 잘하고 있는지 수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는지 찾게 되죠.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이 막바지에 이르면, 또 다른 이야기를 기획하고 싶습니다. 좀 더 자신과 글쓰기,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연재일이 아니더라도 자주 글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아 참, 글의 사진은 이 모든 글이 쓰이는 제 소중한 공간입니다. 조금만 신경을 안 써도 지저분해지지만요.


  휴재 공지 글을 쓰고 나니 후련합니다. 강박만이 가득했던 저에게도 휴식을 허락한 기분입니다. 부끄러운 마음도 크지만, 욕심에서 벗어나 휴재를 택하는 경험도 저에게는 소중한 시행착오입니다. 앞으로의 연재에 수많은 고난이 있겠지만, 때론 포기하고 싶고 자절 하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일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치기로 가득한 저에게는 두렵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극복의 경험이니까요.


  추석을 맞이해 여러분도 짧지만 긴 휴식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대단치 않은 글이지만 꾸준히 글을 봐주시고,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들께도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비밀에 싸여 있는(?) 친구의 글쓰기 생활을 지지해 준 친구에게도 몰래 감사를 전해봅니다. 이런 말도 대단한 사람이나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중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곳에 글을 올릴 수 있게 해 준, 이 모든 고난과 창작의 고통을 있게 해 준 브런치와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들에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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