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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티제 Aug 07. 2024

물집처럼 터지지 않는 눈물

02

내 이야기를 꺼내다가 가끔 울컥할 때가 있다. 선생님은 눈물이 나오면 흘러나오는 대로 내버려 두어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는 안 괜찮다. 엄마 앞에서도 울어본 적이 없는 내가 눈물을 흘려본다는 게 어색하다. 내 친구들은 슬프면 눈물이 나는 대로 감정에 솔직하게 털어내는데 그게 잘 안된다. 뭔가 슬플 때 보단 화가 날 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물집

‘물집(blister)’은 피부의 표피와 진피 사이에 체액이 채워져 마치 주머니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물집이 생기는 원인은 피부에 지속적인 마찰이나 화상을 입으면 진피 혈관에서 혈장 성분이 누출돼 이 두 층 사이에 모이게 된 것이다.


내 마음도 상처나 스크래치가 생기면, 그것들이 채워지면서 겉으로 슬픈 감정이 보인다. 감정은 전달되는 것이므로 타인도 느낀다. 물집을 터뜨리지 않는 한 액체가 안에서 고여있다가 약 바르면 점점 흡수되어 사라진다. 나도 내 슬픈 감정을 뜯어내서 터뜨리지 않는 한 혼자 해결하고 사라지게 한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새로 산 쪼리샌들을 신었다가 엄지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걷다가 버렸다. 그리고 새 크록스를 사서 신었다. 시간이 지나 엄지발가락 사이에 뭔가 두툼한 돌멩이가 낀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왕물집이 양쪽에 생겨버렸다. 하... 물집은 일부러 터뜨리면 2차 감염의 우려가 되니 항생제연고 발라주면서 푹신한 폼으로 케어해 주자(나는 간호사다)



부러운 타고난 긍정적인 기질

TCI 검사 결과를 봤다. TCI는 사람 성격을 알아보는 심리 도구다. 이 검사를 통해 나의 기질과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기질은 타고난 나의 성향인 것으로 바뀌지 않는데, 성격은 왔다 갔다 바뀐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하나씩 짚어가며 설명해 주셨다. 나는 타고난 긍정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맞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을 싫어한다. 부정적인 언행이나 부정적인 분위기가 터져 나오면 오염되지 않기 위해 피하거나 귀를 닫는다. 엄청 부러운 기질이라고 하셨다.


도파민을 건드리는 자극추구도 정상, 위험회피도 매우 낮아 낯선 상황이 생기면 두려워서 피하기보단 대담하게 도전하고 그걸 즐긴다고 한다.



낮은 공감과 관대함

내가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성격, 연대감에 속한 공감과 관대함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낮았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갈등상황에서 화해를 추구하는 관대함도 매우 낮게 나왔다.


근데, 신기한 건, 공감능력이 낮은데 타인에 대한 이타성이 매우 높게 나왔다. 공감은 안 되는데 일단 도와주려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 조건이 붙는다. 낮은 공평함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편애)

재밌네 이거 이거


또, 연대감이 낮다는 뜻은 다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보단 혼자서 일하는 걸 추구한다고 한다. 하긴, 나는 1인 회사가 좋고 편한 것 같다. 내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거지. 필요하지도 않은데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건 상당한 에너지 소모다. 그리고 들리지도 않는다.



이 연대감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로 나왔다. 이제 앞으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해 보는 연습과 나쁜 일은 쉽게 잊고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아는 마음 갖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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