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어서 돌아와. 밥 먹자.

by 책방삼촌


10년이 넘은 기억이다.

아이와 아이 엄마만 여행 떠나보낸 적이 몇 번 있다.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던 일상.

그 고단함 속에서도, 떠나보낸다는 건 약간의 설렘과 불안을 함께 끌어안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모처럼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에 들뜬 나는

미뤄두었던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으며

누구의 방해도 없이 쉬겠다는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둘째 날까지 제법 행복했다.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

그리웠던 나만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파에 드러누워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던 사흘째,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에 반가웠던 이 자유 시간은 어느덧 심심함과 쓸쓸함, 허전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영화를 보고, 맛있는 걸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그리고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작은 창을 열었다.

어느 집에서 끓이는지 된장찌개 냄새가 훅, 밀려들었다.

그 순간, 느닷없이 울컥하며 눈물이 치밀었다.


배고픔 때문에 냄새에 자극을 받은 게 아니었구나...

그 흔한 된장찌개 냄새에 무너지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던,

아주 평범한 우리 일상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현아, 안전하게 돌아와. 같이 밥 먹자."

혼자 중얼거리며, 눈물을 훔치며 창밖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 시간, 현이는 어디선가 신나게 놀고 있었겠지.

그래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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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리고 입국장 저편에서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작은 나의 아이.


"어서 와. 내 사랑 꼬맹이. 네 모험담 끝없이 들려주렴."


다시 우린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다.

작은 기적이 내 앞에 돌아왔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

내 모습을 돌아보며 아빠라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아빠였던 시간,

아빠가 되어가는 시간,

그리고 아빠라는 이름을 위해 건너온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 한다.


작은 기억의 조각들을

이곳에 하나씩 남겨보아도 될까.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