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솔선수범하기 vs 인사하라고 이야기하기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남편과 나는 아이에 대해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몇 달 전의 주제는 아이의 인사였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 4명의 자녀가 모두 같은 또래라 연휴를 함께 보냈는데,
헤어지면서 가장 소극적으로 인사하는 딸의 모습이 남편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전에도 인사성이 바른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인사를 너무 안 하는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방금 헤어질 때 어른들한테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친구들끼리 인사할 때도 쭈뼛쭈뼛하잖아 “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완전히 친해지기 전까지는 본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딸아이의 성향이라고 생각해 동의하지 않았다
“인사를 아예 안 한 것도 아니고, 손도 흔들고 했잖아. 꼭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것만 인사인 건 아니야. 그리고 첫째를 뺀 나머지 세 명이 더 자주 만나고 친한 사이니까 그 아이들에 비해 소극적인 것도 어떤 면에선 당연하지”
괜히 내가 질책 당하는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딸 아이편에 서서 변명을 이어나갔다.
“오늘 일만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친구나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제대로 안 한다고 계속 생각해 왔어”
나는 그동안 이런 모습들이 아이의 기질이라고 생각했고, 인사는 강요하면 안 되고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인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나이에는 어떻게 보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인사를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건 내 의견에 따라줬으면 좋겠어”
“일단 알겠어”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당분간 남편이 첫째를 등원시키기로 했는데,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면서 만나는 친구들과 친구들 부모님들께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한 번 더 눈에 들어왔나 보다.
“아침에 친구가 반갑게 인사해도 쭈뼛쭈뼛하고 인사를 안 해주더라. 이건 우리가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
나는 결국 남편의 의견에 따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작지만 아이가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친구가 먼저 밝게 인사해 주면 기분이 어때? 좋지? 네가 그렇게 인사해 주면 친구도 기분이 좋을 거야. 덩달아 네 기분도 좋아지고!"
“인사는 정말 중요한 거야.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것도 그렇고. 고마워. 미안해. 이런 걸 표현하는 것도 중요해.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말로 해주는 게 좋아"
인사를 하건 하지 않건 인사를 해야할 때마다 자상하게 알려주도록 노력했고 조금이라도 인사를 하면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편은 딸아이와 함께 등원하면서 매일 다른 하루의 작은 목표를 알려주는데, 첫 번째가 하루동안 만나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거였다.
칭찬스티커도 활용했다. 인사 스티커를 만들어 인사를 잘한 날에는 하나씩 스티커를 붙여주고, 스티커를 붙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티커를 10개를 모으면 선물을 사주기로 했다.
나는 두 가지를 느꼈다. 정말 달라지긴 하는구나. 그동안 정말 인사에 소극적이었구나.
아직도 인사를 정말 잘한다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확실히 전보다는 인사에 적극적이다. 방문 선생님이 오실 때도 오히려 수업을 듣지 않는 둘째가 더 먼저 나와서 인사하곤 했는데 지금은 수업 전에도 후에도 확실하게 인사를 한다. 어떤 날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처음보는 할머니께 "안녕하세요?"하고 나보다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다.
‘아이의 성향’이라고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인사성 바른 아이로 자라기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내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남편의 의견을 들어보길 잘한 것 같다. 그리고 같이 노력해 준 남편도 우리를 따라 준 딸도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