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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도 노력이 필요하다

by la Luna el Sol Mar 10. 2025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그 무렵 첫째는 만 3세, 둘째는 아직 돌이 되지 않았다. 나는 항상 피곤이 누적되어 있는 상태라 인상을 쓴 채로 아침을 시작했다. 일단 아침잠이 많아 일어날 생각이 없는 첫째를 억지로 깨워 식탁으로 간다. 짜증 내는 아이를 상대하며 화를 꾹꾹 누른다. 얼른 아침을 먹여 등원을 시켜야 하니 꾸물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음식에 흥미가 없고 배고픔을 잘 못 느끼는 첫째가 밥투정을 하기 시작하면 인내심이 금세 바닥나기 시작한다. 밥을 입에 물고 안 삼키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급기야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다 못한 남편이 이야기를 꺼냈다. 아침부터 애한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보면 자기도 기분이 너무 안 좋아지고 출근하는 내내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이런 아침이 아이들에게도 좋을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단다.


그렇게 화를 내며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이는 것보다 애가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아이가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으면 하는데 아침부터 짜증만 내고 있으면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사실 다 맞는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찬물로 세수하고 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밥보다 아이의 정서가 더 중요하니 최대한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깨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가장 먼저 해본 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며 깨우는 거였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효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안아주기다. 자고 있는 아이에게 잘 잤어? 라며 간지럼도 조금씩 태워보고 어느 정도 정신이 들면 꽉 안아서 거실로 데려간다. 엄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몇 분간 안아주었다. 그랬어니 투정을 하며 일어나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동생이 있어 부모의 사랑을 나눠 가져야해서 그런지 오래 안아주며 사랑을 표현해 주는 날은 아이의 기분이 정말 좋다.


가장 실랑이가 많이 일어나는 아침 먹는 시간! 그때는 “안 먹는 아이 억지로 먹이는 거 보다 기분 좋게 등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계속 상기시킨다. 하지만 자꾸 잊어버리고 아이에게 빨리 삼키라고 짜증 낼 때도 아직 많다. 그래도 머릿속으로 한 번 생각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꽤 차이가 나니 계속 떠올려볼 예정이다.


그리고 밥먹는 시간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스트레스이니 밥의 양을 확 줄이고 대신 더 잘 먹는 사과의 양을 늘려보기도 했다. 


아이가 즐겁게 유치원 버스를 탄 날은 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아침마다 아이에게 자꾸 짜증을 낸다면 행복한 아침을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글을 실컷 적어 놓고는 다음날 또 아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겠지만 지금 시기에는 가족의 분위기가 엄마의 기분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으니 꾸준히 더 화목한 가족이 되기 위해 계속 다양한 노력을 할 예정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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