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무뚝뚝한 편인데 특히 가족에게 무뚝뚝함이 극대화된다.
살갑지 않은 딸이라 보통의 엄마와 딸 사이처럼 모든 이야기를 시시콜콜 주고받지 못하고 남편과도 서로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엄마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고 남편과도 장난을 많이 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아기가 점점 커갈수록 나의 무뚝뚝함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무뚝뚝한 성격에
더해 말투에 짜증이 많이 묻어있는 스타일이라 자주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아이들이 사랑을 넘치도록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만큼의 사랑 표현을 받지 못할 거 같았다.
무엇보다 나와 딸들의 사이가 엄마와 내 사이처럼 되는 걸 원치 않았다.
일단 남편에게 이런 생각을 말하고, 한 가지 요청을 했다. 아침에 아이가 깨기 전에 나가야 하는 날에는 사랑을 가득 담은 글을 적어두고 갈 것.
남편의 첫 번째 글은
“아빠는 오늘 하루 루나를 백 번 넘게 생각할 거야~"인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백 번이라는 글이 너무 재미있는지 계속 곱씹으며 웃었다.
아빠한테 답장 보내자며 깔깔대며 영상도 찍었다.
다음날은 내가 적었고 그다음 날은 할머니에게 부탁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정말 행복했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너무 당연해서 그냥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더 화목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노력을 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사랑 표현이 넘치는 가족으로 변하지 않았고, 메시지를 적는 것도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었다.
그래도 남편과 내가 사랑표현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인지를 하기 시작했다는 게 나름의 성과다. 아이에게 순간의 행복들을 선물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