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5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는 첫째 아이는 유치원에서는 밥을 스스로 먹지만 집에서는 아직도 내가 밥을 떠먹여 준다.
안타깝게 둘째도 그렇지만 첫째는 분유를 먹던 신생아 시절부터 참 안 먹는 아이였다. 먹는 것에 흥미가 없고 식욕도 없어서 식사 시간마다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속 시원하게 밥을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한 끼를 건너뛰어 보기도 하고, 안 그래도 많이 주지 않는 간식을 끊어보기도 했다. 안 먹는 아이를 둔 부모는 알겠지만, 진짜 안 먹는 애들은 굶어도 안 먹는다.
식사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며 식탁에 바르게 앉아서 즐겁게 스스로 밥을 먹는 모습은 꿈같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애를 낳자마자 육아서를 읽으며 다짐한 '식사교육'은 시도할 수도 없었다.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던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책이나 장난감으로 유혹하기, 돌아다니는 아이 쫓아다니며 먹여보기를 버릇처럼 하고 있었다.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 주도식'을 시도해 보긴 했지만 떠먹여 주면 먹지를 않으니 내가 계속 먹여 주게 되었다.
4번째 생일이 지나자 남편은 스스로 밥을 먹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영양과잉시대에 더 먹이는 것보다는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스스로 먹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젓가락질도 지금보다 더 능숙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어떤 부분에서는 동의했지만 떠먹여 주는 걸 당장에 그만둘 수 없으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영유아 검진을 했더니 키와 몸무게가 평균 미달로 나온 것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내 노력으로 그게 된다면 평균의 키와 몸무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키가 작지만 내 아이는 컸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그리고 내 식습관은 최악이지만 아이만큼은 골고루 먹이고 싶었다. 첫째 아이는 먹여주기만 하면 가리는 것이 없어 채소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먹고 탄수화물은 물론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했다. 첫째는 채소를 정말 많이 먹었는데 떠먹여 줘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남편은 아이랑 식사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얼마나 안 먹는지 모른다. 일단은 주 양육자인 나의 방식에 따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한 발 물러서며 대신 밥 먹일 때 안 씹는다고 재촉하거나 너무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남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일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아침과 저녁을 떠먹여 주고 있었고, 빨리 씹으라고 재촉하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 가족들과의 모임 후 남편은 또 한 번 이야기했다. 스스로 먹지 않는 아이는 우리 애 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스스로 먹게 하자고 했다. 밥을 더 먹는 거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혼자 먹는다는 것은 그렇게 먹을 수 있다는 거”라며 나를 설득했다. 나는 "유치원에서는 골고루 먹지 않고 반찬은 거의 다 남기고 밥만 겨우 2/3 정도 먹고 온다"며 "7세가 되고 초등학교 들어가면 당연히 혼자 먹을 텐데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기다려주면 어떻겠냐"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 년을 기다려준 남편의 말을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나도 마음속으로는 아이가 스스로 먹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왔다.
일단 밥 전부를 다 스스로 먹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젓가락을 많이 사용하게 하기로 했다. 웬만한 반찬들은 스스로 먹게 했다. 모든 반찬을 다 먹게 하지는 않더라도 식사 중에 최대한 많이 스스로 젓가락질을 하게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올려주고 먹는 행위는 스스로 하게 했다. 내가 먹일 때보다 양은 작아졌지만 스스로 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래서 이제는 딸이 모든 식사를 스스로 먹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식사량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먹게 하다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또 내가 다 먹여주고 있었다. 아침은 언제나 시간에 쫓기니 스스로 먹게 할 여유가 없고, 저녁에는 점심을 충분히 먹고 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떠먹이게 된다.
하지만 글을 적다 보니 스스로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실패하더라도 내일부터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아이 스스로 먹게 하는 노하우>를 만들고 글로 적는 그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