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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정했다! 에필로그

마침표.

by 하다

수영은 끝났다.

아니 수영을 끊었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으나 대기의 목표는 포기한 셈이다.

아무것도 버팀목도 없이 자유형을 할 수 있게 되기만 해도 좋겠다는 소기의 목표는 달성!

접영까지 마스터해서 '물개 하다'가 되기로 한 대기의 목표는 중도포기...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 미련이 남는가 하면 다행스럽게도 미련은 없다.

미련이 없기에 수영을 중단하고도 이 글을 마무리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지난 5월, 가정의 달 행사와 가족여행이 겹치며 한 달 수영을 쉬기로 했었다.

경주와 제주도를 찍고 바쁜 가정의 달을 보낸 뒤 6월 15일은

수영장으로 복귀하기로 한 날, 나는 완전히 수영장 생활의 종지부를 찍기로 한 것이다.


그만둔 식상한 핑계를 굳이 늘어놓지 않으려 한다.

주차장 이슈라든가,

명절, 크리스마스, 생일, 휴가까지 돈을 거둬 선생님에게 드리는 관례,

아침마다 벌어지는 내적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따위를 굳이 뭐 하러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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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말하고 민망함)


수영장 버스가 있지만, 도무지 수업 시간에 맞출 수 없게(수업을 반만 하고 나오거나 다음 타임 버스를 타야 함) 짜여있는 버스 시간표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럴 거면 주차장이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금만 빠듯하게 가면 앞 타임 회원이 느긋~하게 차를 빼줄 때까지 애태우며 기다려야 한다. 한 번은 20분 늦게 겨우 수업에 들어간 적도 있던 터라 회원이 늘어나는 시즌이 되면 주차 걱정부터 앞선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소소하게 전하는 건 당연히 기분 좋게 참여한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여름 휴가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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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영장을 다녀본 경험이 없어서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상식선에선 이해가 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내 마음이 식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수영에 대한 열정이 어느 순간 가스레인지 위를 떠난 양은냄비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아마도 사용가능한 열정은 한정되어 있음이 확실하다.

6월, 너무 많은 그룹에 속해 나의 열정을 탈탈 털어 써야 했기에

이제 어느 정도 목표 달성한 수영에 쏟을 열정이 쪼그라들었을 테지.


수영을 보내는 이유보다 중요한 건 수영을 하며 내게 남은 것들이라 생각한다.

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극복하고 물과 친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입 위로는 물속에 얼굴 넣기가 세상 무서웠던 내가

깊이 잠영하며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와 자유로움은 무엇보다 귀한 경험이었다.


지금도 문득 속이 시끄럽고 마음이 복잡할 때면

물속에서 느꼈던 그 고요와 자유로움이 떠오르곤 한다.

츤데레 호랑이쌤은 여전히 호통치고

나의 다정한 수영 동지들은 여전히 열심히 팔을 젓고 발을 찾고 있겠지?

이제 중급에서 오리발을 차고 힘차게 접영을 하고 있을지도...

부디 모두 건강하길, 나 대신 모두 물개가 되어주길!




어설픈 글 읽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과 함께

하다의 수영 도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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