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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Dec 03. 2023

The frozen

꽃을 품은 얼음(feat. 남천과 하얀 꽃잔디)

Photo by 꿈그리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잠시만 밖을 걸어도 이젠 코끝이 알싸해지고 빨개지네요.

하지만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파란 하늘이

정말 사랑스러운 날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하늘을 즐기며 걷던 중에 시냇가에서 얼음을 만났어요.

밤사이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서 유속이 느린 곳엔 곳곳에 얼음이 뺑둘러 앉았습니다.

한낮에 햇살이 내리쬐니

얇은 얼음들이 쩍쩍 갈라집니다.

 조각을 이루며 둥실 떠있는

 얼음 중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어이쿠! 정말 차가워요.

얼음위의 남천열매 :by 꿈그리다

마알간 얼음을 들어보니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황금잉어 뽑기가 생각납니다. 엿도 아니고 사탕도 아닌 뭐라 불러야 할까요? 다양한 모양 중 단연 으뜸은 큰 잉어와 칼이었는데...,ㅎㅎ

소중해도 그리 소중했는데 말이죠.

그 시절의 황금잉어 다루듯 살살 아주 조심스레

이 얇은 얼음을 집어 들었습니다. 얼음을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어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 어린이? 어른이! 바로 접니다.

길을 걸으며 주은 빨간 남천 열매와

겨울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활짝 핀 하얀 꽃잔디를 보니 이렇게 이쁠 수 가요! 얼음 조각 위에 살며시 올려놓아보아요.

오! 이쁘다 이뻐!

겨울에도 이런 색을 가지고 있는 들판이

정말 감사한 순간입니다.

각각 다른 모양으로 다른 색으로

겨울을 맞이하네요.

Photo by 꿈그리다

꼼지락꼼지락 얼음 위에 저만의 상상놀이가 시작됩니다. 남천열매는 곱게 내린 앞머리,

빨간 남천 잎은 눈썹과 예쁜 입술이 되고,

반짝이는 하얀 꽃잔디 눈, 남천나무의 잔가지는

 오똑한 코로 다시 태어납니다.

짜잔! 예쁜 여성의 얼굴이 완성되었어요.

Photo by 꿈그리다

투명하고 차디찬 얼굴이지만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온화함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렇게 혼자서도 잘 놀아요. 제일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만을 위한 me time이랍니다.

다시 들판을 뛰 다니던 어린 시절의

저를 만나는 시간이거든요.

Photo by 꿈그리다

한낮의 빛이 물 한가운데를 비추니 하늘의 계시를 받는 천사가 나올 듯해요. ㅋㅋ (물속에서? 하늘에서?) 그 햇살에 얼음을 살짝 비춰보아요.

손끝의 체온이 닿아서 그런지 어느새 얼음의 모양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어요.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은 이렇게 흔적만 남겼습니다.

저의 손끝에서 최선을 다해 녹아가며

초겨울 오후를 함께 해 준 얼음에게

너무도 고마운 하루입니다.

Thanks to the frozen!

Photo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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