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았다
*골방은 반드시 어떤 물리적인 공간일 필요는 없다.
어느 때, 어느 공간,
심지어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도
홀로 유리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곳이 바로 ‘골방’이다.
이 골방에서 나오기 위해
조금만 더 나아지기 위해
혼자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마냥 홀로됨을 안다고 해서
우리는, 당장 닥친 난제를
단번에 풀어낼
묘수를 던질 수 있는가?
흔히들 활어 같은 생명력으로
문제를 마주하기보다
한걸음 물러서는 냉철함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때때로 감정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실수임을 알면서도 강행시키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 감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뻔한 소리,
누군들 못하겠나.
감히 단언하건대,
그 누구도 감정을 이겨낼 수는 없다.
왜냐고?
우리의 혈관 속엔 아직도,
뜨겁고 끈적한 삶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유리되는 감각은
보통 무거운 짐을 짊어진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누구는 가족을 어깨에 이고 가는데
이 나이 먹고도 투정 부릴 수 있는 삶이라니,
어디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때로는 실패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허리 숙이면서까지 공을 들인 탑이
일순 재가 되어 흩날릴 때,
그 잔불이 머릿속에 옮겨 붙겠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저편에 묻어둔 기억이
당신에게도 있다면
내 이야기는
그저 추상적으로만 남기고자 한다.
다만, 그렇게 처박힌 골방에서
나도, 그리고 그대도 냉정할 수 있었나.
그래서 나는, 애쓰지 않는다.
화나면 화나는 대로
슬프면 슬퍼하는 대로
때로는 삼키기도 하고
때로는 표출하기도 하면서
후에,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바라보곤 한다.
어떤 면에선 납득 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곱씹을수록 의문점이 늘어나기도 하고
때론 추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 모든 감정을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느낀다.
내가 이렇게 약하고 못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다시는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구나.
이제야,
다시 한걸음 내딛을 수 있겠구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북]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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