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깃발은 중요하지 않다

by Sinvictus

무릇 옛사람들은 꿈을 꾸며

허벅지를 무수히도 찔렀단다.

그렇게 돋아난 혈점이

그들을 꿈길로 인도하겠지.


그러나 허벅지의 붉은 별자리만으로

그들은 과연, 숙면으로 향할 수 있을까.


인생길 너머에 깃발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나태에 몸 담으려 할 테니.


가는 도중 낮잠이 몰려올 때,

정신 한 구석을 ‘푹’ 찔러줄 터이니.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깃발에 고이 적은 단어 하나론

삶에 가까워질 수 없다.


뒤뚱뒤뚱 걸어 다니던 어린 시절.

가물가물한 기억 속의 저 깃발에는

아마도 ‘과학자’가 적혀있었겠지.

기는 그 이후로도 모습을 무수히 바꾸어 왔을 것이다.

‘시험 100점’, ‘체육대회 1등’, ‘00 대학교’...

‘군인’, ‘대통령’, ‘사장’, ‘운동선수’, ‘작가’...


또한 깃발은 쟁취하면 그뿐이다.

그 순간, 보이지도 않는 저곳에

다시 ‘새로운’ 깃발을 꽂아야겠지.

그 과정 가운데 또 어떤 방황을 해야 한단 말인가.


때문에 나는,

깃발을 꽂기보다 골방에 들어가길 원한다.


그저 거머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확고한 ‘어떤’ 사람으로서 나아가길 바란다.


아직은 모호한 ’ 어떤 ‘을 골라내고

이립(而立)으로 존재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골방에 들어간다.


눈앞의 이득에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표리부동하지 않기 위하여

뭇사람들이 혀를 차는 때가 닥쳐도

고개 처박지 않기 위하여


그렇게 마지막 날,

미소 짓기 위하여.


이게 골방에서 쌓아가는 ‘나’다.


나는 이런데,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남으려 하는지

궁금하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브런치북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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