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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ipark Sep 29. 2022

명동역 6번출구 떡볶이

떠나는 것들에 관하여


20살 갓 새내기가 된 해였다. 아르바이트도 반드시 힙스럽게 하리라 다짐했던 나는 친구 남자친구의 소개로 명동 노스페이스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하루에 13바막을 400만원치 팔아도 손에 쥐어지는 건 시급 3천으로 계산된 단 돈 30,000원. 밥값도 각출이였기에 점심에 돈까스라도 먹는 날에는 종일 일하고 고작 18,000원을 들고 집으로 향해야했다.

명동역 6번 출구 앞에는 이름 없는 분식집이 있었다. 떡볶이가 2,000원, 어묵 한 그릇이 1,000원. 당시 물가에도 명동치고 크게 저렴했었기에 나는 대부분의 끼니를 이 곳에서 떼우기로 했다. 코카시안이건 니혼진, 중궈런이건 가릴 것 없이 바람막이를 20벌쯤 팔고 나서 먹는 그 맛은 가히 일품이였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그 아르바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지만 그 이후로도 정작 이 곳을 이따금씩 들르곤 했다.

아는게 없어 방황하던 시절에도, 계속된 실패에 고시반에 은거하던 시절에도 아무때나 들리면 여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회계사가 된 이후에도, IB생활을 하고난 이후에도 역시나 이 곳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떡볶이는 2,000원, 어묵 한 그릇은 1,000원. 내 삶의 궤도가 얼마나 바뀌었던 간에, 단순히 조금 출출한 때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 때에도, 그리운 것이 잔뜩인 날에도 딱 3,000원에 나를 채워주던 그 곳이 마침내 소리없이 떠났다. 더 오래 머무르기엔 이미 너무 긴 시간을 내어주었나보다. 얼마간에는 떠나간 것들이 야속했지만, 이제는 나의 삶 한 켠에 의미를 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아무튼간에 기억 속 맛 하나가 또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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