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나는 차 안에 있다. 이제 막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나오는 길이다. 오늘의 밤하늘은 함박눈이 꽉 채워 나부낀다. 똑딱똑딱, 방향지시등 소리 사이로 사부작 거리는 눈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찬 내음은 유리를 뚫고 들어온다. 나는 차갑게 가라앉아 고요한 겨울을 밤만큼이나 좋아했다.
올 겨울은 지난 몇 해간의 겨울들처럼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겨울을 계절로 온전히 느껴본 적이 언제였을까. 5년의 겨울을 시험공부만으로 보냈는 데, 그렇게 어렵게 이뤄낸 꿈마저도 하필 겨울을 지우는 일이다. 한동안의 겨울은 그저 고통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눈이 꽤 내린다. 마음이 무거운 덕분에 눈도 어째 한동안 달갑지 않았는데, 오늘은 마침 노래가 좋다. 그저 눈인데, 평소와 다를 것도 없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마치 눈이 나를 녹이는 것 같다.
내일 아침 하얀 눈이 쌓여있었음 해요
그럼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계속 내- 옆에만 있어주면 돼요, 약속해요
눈이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눈이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눈이 올까요, 아침 커튼을 열면 눈이 올까요
서두르지 마요, 못다 한 얘기가 있어요
잠이 들고 나면 오늘은 어제가 되어 버려요
계속 내 곁에만 있어주면 돼요, 약속했죠
눈이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눈이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눈이 올까요, 아침 커튼을 열면 눈이 올까요
그렇게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함박눈을 보면서, 자이언티의 “눈”을 들었다. 이 노래 참 좋다- 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느덧 5년 전의 겨울이다. 그 해 이후로 겨울에는 늘 같은 노래를 듣는다. 눈을 감으면 타임스퀘어 앞 차 안에 있는 기분이 든다. 똑딱똑딱, 밖에는 오늘따라 큼지막한 함박눈이 내린다. 곡이 끝나면서 눈도 소리 없이 녹아버리지만 그럴싸한 낭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