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이 있었다. 어느 날은 폭발하듯 사랑이 뿜어져 나오기도 하였다. 주체가 안 될 만큼 터져 오르는 애정과 경이로울 만큼의 감사함에 영혼이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행여 모자람이 있을지 고민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날의 밤하늘 달은 유난스레 밝았고, 그런 겨울에는 얼어붙어가는 손에서도 따스함이 서렸다. 진심이 묻어 나오는 미소에 전신의 힘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날도 있었다. 당신이 아프던 날이면 의사도 아닌 주제에 하루 종일 낫게 할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당신에게 조금 우쭐해하던 날도 있었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에는 서운함이 섞여 움츠러든 사랑이기도 하였다. 그때에는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당신을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떨 때엔 내가 너무 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일부러 적당한 사랑처럼 포장한 적도 있었다. 어떤 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 나를 일부러 괴롭히는 것일까도 생각했다.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날도 있었다. 우연히 보게 된 다른 이의 메시지, 받지 않는 전화에 밤을 새우던 때에는 마음이 갈갈 히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점차 사소한 일에도 삐걱이기 시작하더니, 그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서로 변명할 시간도 없이,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끝나버렸다.
요즘 들어 부쩍 친해진 친구들과 노래를 듣고 있는 가운데, 이상하리만큼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 시절에 머물러 있던 내가 지금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희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메뇨, 나는 여기에 왜 앉아있는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다. 그때의 나는, 당신은, 우리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시 밀물처럼 밀려올까 두려워서 차마 열어보지 못하는 기억의 방을, 수 없이, 걸어, 잠그고서, 아프지 않은 정도로만 그때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