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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와 달리기

by Mindful Clara

습도와의 싸움

지난 몇주간은 달리기가 정말 버거웠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습기가 몸에 감겼고, 달리기가 시작되면 얼마 가지 않아서 온몸이 푹 젖었다. 몸은 물에 젖은 수건처럼 무겁고, 목은 타들어 가고, 조금만 해가 나와도 바로 ‘찜통’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기온은 비슷했지만 공기 속 습기가 싹 가셨다. 오전 10시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공기 속에서 상쾌함이 느껴졌다.
습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달리기는 이렇게 가벼워지고, 호흡은 부드러워진다.


왜 습하면 힘들까?

왜 습한날에는 땀이 더 나는 것 처럼 느껴질까? 사실은 땀이 ‘덜 증발’해서 더 많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공기 중에 수분이 가득하면 우리 몸에서 배출된 땀이 잘 마르지 않고 피부에 그대로 남는다. 원래는 땀이 바람에 증발 하면서 체온을 낮춰줘야 하는데, 습도가 높은 날에는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몸은 계속 땀을 만들어내지만 체온은 내려가지 않는다. 결국 몸은 더 덥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습한 날엔 갈증도 더 심하다. 몸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계속 수분을 내보내고있고, 습한 날일수록 호흡이 더 짧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숨 쉴 때마다 수분이 더 빠르게 날아간다.


결국 몸은 땀범벅이 되어 달리지만, 우리 몸 안은 점점 더 탈수 상태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러너들은 달린다.

습도가 낮은 날은 상쾌함 덕분에 달리는 순간이 좀더 즐거울 수 있지만, 습하고 더운날은 달린 후의 보상이 엄청나다. 힘들게 달리고 나면, 샤워는 말할 것도 없고 물 한 잔조차 너무나 특별한 상이 된다. 습기와 더위가 만들어 준 그 불쾌함 뒤에 엄청난 성취감이 따라온다.


이 기분을 알기때문에 모든 러너들이 덥고 습한 여름날에도 열심히 밖에서 달리는 듯 하다.

기분 좋은 날의 상쾌함도, 찝찝하고 무거운 땀범벅도, 얼굴이 찢어질거 같은 추위도 모두 우리의 계절이다. 그 안에서 뛰는 모든 순간 안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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