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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허락해준 마음의 여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by Mindful Clara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내 마음은 꽤나 꼬여 있었다. 마음에 안드는 일이 많았다.

나 같은 주부들은 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아이를 돌보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아를 실현하거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이 없는 나날이 계속되면 자신감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물론 나 스스로에게 '너는 원하는 건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라고 끝없이 되뇌며, 조바심 내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자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건 어디서도 쉽게 생기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남편과 아이들에게 기대와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남편! 좀 더 잘해봐! 열심히 해야지! 더 잘할 수 있어!"
"딸램! 이것도 저것도 다 열심히 해야지! 좋아하는게 뭐야? 너가 잘 하고 싶은게 뭘까?"
내가 스스로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가족들이 대신 채워주길 기대하게 되었다. 지극히 건강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래서일까? 주부들끼리 모이면 미묘한 경쟁 분위기와 자랑, 은근한 견제가 뒤섞인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많은 모임에서 이런일은 일어난다. (티비 드라마처럼 심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남편이 말이야…', '우리 애는 이번에…'

나 역시 만남이 있는 모든 상황에서, 기분이 상하는 일을 자주 경험했다.


사람이 모이면 경쟁이 생기고, 다소 서로를 견제하게 되는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내맘에 쏙 들고, 태평양 처럼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만 만나고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기분을 결정하는 것은 철저히 본인의 몫이다.


그런 분위기 안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사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보려 늘 애썼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늘 불안하고, 뒤틀린 감정이 어딘가엔 늘 숨어 있었다.

‘내 소신껏 행동하고, 유치하게 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내 맘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괜히 꼬운 마음이 올라오곤 했다. 그냥 흘려들으면 될 일인데.....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리는 내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그러다 3년 반 전,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땀 흘리는 것도, 숨차는 것도 싫어했던 내가
스스로 선택한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그 어려웠던 달리기를 하루하루씩 해내고, 꾸준히 준비해서 레이스도 뛰고, 규칙적인 훈련을 하면서
나의 삶 전체가 조금씩 변해갔다.


내가 내 삶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

누구의 도움도 아닌, 내가 해낸 나의 결과들. 그것이 내 안에 자부심을 자라게 했다. 그리고 아주 단단한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몸이 건강해진 것보다 더 큰 변화였다.


자잘한 일들에 흔들리지 않게 됐고, 예전 같으면 상처가 되었을 타인의 말과 행동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상식 밖의 일을 겪으면 짜증이 나지만, 최소한 그 감정이 나를 지배하도록 가만 놔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소한 일로 아니꼬운 마음을 품는 일은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달리기는 나에게 성취감을 준다. 나 자신에게, “와, 너 잘하고 있어. 너 참 괜찮은 사람이야.” 를 끊임없이 얘기 해준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족에게도 더 유쾌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하는 작은 일들에도 더 큰 동기를 갖게 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나를 참 좋아한다.


나의 마음을 너그럽게 만들어준 달리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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