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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보다 더 큰 선물은 일상의 루틴

달리기의 목표

by Mindful Clara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한달 후 열리는 10km 레이스에 등록했고, 일년도 채 되지 않아 하프마라톤을 뛰었다. 나 자신을 꽤나 밀어붙이며, 하프 마라톤 4달 후에는 마라톤완주까지 달성했다.


그 시기엔 러닝 페이스나 컨디션에 무척이나 집착했다. 달리기 중 속이 안 좋아서 잠깐 멈춰서거나, 느리게 뛴 날은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내가 뭔가를 제대로 못해서 달리기가 잘 안된다고 믿었다. 일주일에 정해둔 횟수를 채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어찌 보면 ‘러닝’이 아니라 ‘과제’였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한 지 햇수로 4년이 되었다. 달리기로 여러가지 경험을 쌓으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있다.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해서 자주 안 뛰거나 게으르게 뛰는 건 아니다.
이틀에 한 번, 내가 좋아서 뛰는 달리기가 생활속의 루틴이 되어가고있다.

속도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최소량은 정해두고 꾸준히 지킨다. 하루 중 언제 뛰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아침에 안 뛰고 저녁까지 미뤄서 죄책감을 느꼈던 적도 참 많았다.) 마음이 내킬 때, 기분 좋게 달린다. 주변을 둘러보며, 흐르는 구름도 보고 새소리도 들으면서 말이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운 날은 조금 더 힘을내어 밀어부치고, 몸이 둔한날은 느린페이스로 여유롭게 달린다.


꾸준함의 가장 큰 적은 게으름이 아니라 죄책감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거같다.
'오늘은 느리게/힘들게 뛰었으니까 망했어' 같은 생각은 결국 나를 달리기와 멀어지게 만든다. 모든 일이 그렇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장기간 지속하고 싶다면, 마음부터 가볍게 해야 한다.


마라톤을 뛰면서 ‘서브4’를 꾸준히 목표로 잡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이틀에 한 번 한 시간씩 즐겁게 달리는 데 집중해본다. 주말에는 러닝 친구들을 만날 겸, 기분전환 겸 15km 이상의 장거리를 뛰어준다. 굳이 대회를 앞두지 않아도 장거리는 얼마든지 뛸 수 있다. 즐거움을 위해 뛰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는 필요없다.

달리기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늘 부러웠던 사람들은 놀랍게 기록이 좋은 사람도, 대회를 많이 참가하는 사람도 아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계획되어 있지 않아도 조용히 매일 30분씩 자기 삶 안에서 뛰는 사람이다. 루틴으로서의 달리기를 행복하게 즐기는 사람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달리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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