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키오스크 시대, 우리가 잃어가는 것

편리함과 교감

by Mindful Clara

얼마 전 한국 방문 중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면 ‘키오스크’가 정말 많다. 물론 미국에서도 아주 가끔 볼 수는 있지만, 거의 없는 편이다. 키오스크는 사람과 대면 없이 직접 기계에 주문을 입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대거 설치된 듯하다.

많은 업장에는 이미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주문받는 직원이 따로 필요 없게 되는 등 운영면에서 장점이 있으니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키오스크 시스템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처럼 온라인이 발달한 세상에,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그것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순간이다. 눈을 마주치고, 말을 주고받으며, 잠시라도 교감하는 시간. 온라인에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다.




어느날 나는 조용한 카페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직원 한 명뿐이었고, 손님은 나 혼자였다. 계산대 쪽으로 다가가 메뉴를 훑어보고 주문을 하려는데, 직원이 대뜸 “주문은 키오스크로 해주세요”라고 했다. “네” 하고 기계쪽으로 가서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주문표가 인쇄되는 소리가 났다. 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만들었고, 잠시 후 “아이스 라떼 나왔습니다” 한마디를 하며 컵을 밀어주었다.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 기분이 묘했다. 가게에 손님이라곤 나 혼자였고, 대화라고는 “키오스크 이용해 주세요”와 “아이스라떼 나왔습니다”뿐... 우리는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비대면을 고집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비즈니스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면서, 성공한 카페나 음식점 대표들의 인터뷰를 듣는걸 즐기게 되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유는, 단지 맛좋은 음식이나 음료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중상정도의 맛은 아주 중요하다.) 고객들은 그곳의 느낌, 분위기, 에너지도 함께 소비하고 싶어한다. 어느정도 좋은 맛에 친절함과 긍정적인 기운이 함께할 때, 비로소 그곳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대표들은 실제로 음식의 맛 외에도 이런 요소(직원교육)들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무리 개인주의와 편리함이 강조되는 시대라도,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듯 하다. 편리함만을 좇다 보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잃을 수 있으니까...

keyword
이전 19화속도가 아닌 진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