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나는 크고, 비싸고, 남의 눈에 좋아 보이는 건 대부분 갖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사회와 미디어가 ‘좋다’고 말하는 것들은 언제나 내 눈에 들어왔다. 돈을 잘 버는 것, 큰 집, 멋진 부엌, 고급 인테리어…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그런 것을 갖기위해, 당연히 그걸 쫓아야 한다고 믿었다. -사실 딱히 깊이 믿는 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그저 생각없는 상태로 주변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런데 ‘충분하다’라는 감정은 단순히 자신을 억누르며 “됐어, 이거면 충분해!! 만족하라고!”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가끔 마주하는 종교적 가르침, ‘욕심내면 안 된다, 신은 가난한 자를 사랑하신다’는 말만으로는 우리의마음을 오래도록 붙잡아주지 못한다. (물론 그 안에 다른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욕망은 무조건 누르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순간에 나는 행복한지를 알아차리는 것..
늘 갖고 싶었던 것들을 손에 넣어도 그 기쁨이 하루를 넘기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걸 느껴보았을 것이다. 바쁜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주변 사람이 원하는 걸 내가 원하는 것 처럼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혼자 깊이 생각하고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과거의 나는 집 인테리어 채널을 즐겨보았다. “와, 저런 집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멋있다. 저런 집에 살면 매일 휴양하는 기분일거야."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티비에 나오는 집인데 당연히 대단히 신경을 쓴 것일테고, 나 역시 남의 것은 그저 좋아보였다.
하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그 집 주인의 감각을 감상하고, 새로운 트렌드와 물건을 구경하는 정도로 그 콘텐츠를 소비한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노희영님의 집 소개 영상을 봤는데 입이 떡 벌어지긴 했다. 그분의 세월이 만든 안목이 놀라웠다. 센스 넘치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해보면? '절대 감당할 수 없다'.-
마치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 우리는 서로 추구하는 게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삶을 살아간다.
종종 다른 종류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다. 잠시 들여다보며 '아, 저런 방식도 있구나. 이런센스는 조금 배워야겠다' 하고 가볍게 생각하며 즐기는 것.
나는 몇 년간 나를 관찰하고 작은 실험을 이어가면서 내게 진짜 행복을 주는 것들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물질적인 것도 있다. 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좋은 걸 쓰고 싶은 분야가 있다. 하지만 그건 큰 집이나 멋진 인테리어, 좋은 차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활동과 연결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커피 관련 도구, 달리기 장비, 요리에 쓰는 식재료와 몇 가지 도구들. 여전히 많이 사는 건 싫지만, 제대로 된 것들을 쓰는 게 나를 기분좋게 만든다. 반대로 많은 옷이나 수많은 인테리어를 위한 물건등 내 관심 밖의 것들은 오히려 나의 에너지를 빼앗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나를 아는 것'이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짜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 여기서 말하는 ‘욕망’은 부정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를 따라갈 때, 비로소 ‘충분하다’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